국내 납북자 가족들 "우린 생사확인요구도 못하나"

  • 입력 2002년 9월 18일 17시 19분


17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고 사과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내 납북자 가족들은 한국 정부의 무관심에 섭섭함을 넘어 분노를 표시했다.

67년 어선 통북호가 피랍돼 북한에 억류된 최원모씨(92)의 아들 최성용(崔成龍·50)씨는 "우리 정부는 휴전 이후 납북자 487명의 생사확인 요구도 북한에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회담 때마다 줄기차게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의제로 삼아온 일본 정부가 부럽다"고 말했다.

87년 동진호 피랍사건 때 간첩으로 몰려 정치범수용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진 최종석씨(68)의 딸 최우영(崔祐英·31)씨도 "북한과 철도를 연결하는 것은 좋지만 자국민의 생사조차 무시하는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95년 중국 옌지(延吉)에서 탈북자들을 돕다 북에 납치된 안승훈 목사(58)의 부인 이연순씨(53)는 "남편의 소식 하나 듣지 못한 채 7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아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또 일본인 납북자 중 8명이 이미 사망한 것을 놀라워하며 납북자들의 생사확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우영씨는 "특별관리를 받았던 일본인들도 이렇게 죽는 상황에서 납북자들의 생존여부가 걱정된다"며 "정부와 북한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납북자들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성용씨도 "자체적으로 확인해 보니 납북자 487명 중 절반가량이 사망한 것 같다"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반드시 의제로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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