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17일 정상회담]NYT “北, 美압박 피하려 日과 대화”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56분


17일로 예정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북-일 정상회담은 반세기에 걸친 북한의 고립을 끝내는 중요한 단계라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미국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에 북-일간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필요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은 식민지배 피해보상과 지원을 이번 회담을 통해 얻어내려 할 것”이라며 “북한측은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100억달러 이상이 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일간 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 미국은 북한이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로부터 저리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이 신문은 전망했다.

이 신문은 또 북-일간 교섭에 나서는 북한측의 태도와 관련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전 주한 미국대사)은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북한을 고립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데브라 리앙 펜튼 미국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대북 강경책이 효력을 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미국이 ‘악의 축’ 발언을 하자 김 위원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이번 회담은 양국간 공식 외교관계 수립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오랫동안 외부세계와 단절돼 온 북한이 미약하나마 외부의 영향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가장 최근의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고이즈미 총리가 전격적으로 북한 방문을 결정한 것은 혹독한 대북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본에 앞서 북한과 외교적인 진전을 이룩하려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궁극적으로 일본에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고립에 종지부를 찍는 한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최종 목표인 미국과의 화해를 이루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북한이 식량과 우방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과거의 적인 일본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면서 “김 위원장이 연내에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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