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17일 정상회담]통 큰 결단?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왼쪽)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왼쪽)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두 사람은 대담성과 의외성이라는 공통의 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합의를 했을 것이다.”

지난달 30일 북-일 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 직후 우리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록 17일 단 하루만의 만남이지만, 두 사람의 정치스타일로 볼 때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회담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배어 있는 말이었다. 두 사람은 나이도 같다.

그동안 수교협상의 최대 현안이었던 일제강점기에 대한 과거청산과 일본인 납치 문제도 ‘통이 큰’ 두 사람이 만나 ‘포괄적인 담판’을 한다면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베일에 가려졌던 김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서방 매체에 등장하면서 유머와 ‘통 큰 결단’의 지도자임을 과시해왔다.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에 합의한 것도 김 위원장의 허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이즈미 총리도 만만치는 않다. 헨진(變人·괴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일본 정계에서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파벌 파괴라는 인사개혁을 시도한 인물. 지난해 8월과 올해 4월에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전예고 없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기도 했다.

스타일 못지않게 두 정상의 처지가 절박한 것도 공통적인 대목. 고이즈미 총리는 국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번 회담의 성과에 정치적인 생명을 걸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스스로도 “정치생명을 걸고 갔다 오겠지만 너무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 곤란하다”며 자신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 기반으로만 따지면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된 김 국방위원장이지만 그도 최근 시작한 경제개혁의 성패에 체제의 운명을 걸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떡은 일본의 수교자금이고, 그 돈이 있어야만 경제개혁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은 2박3일간의 줄다리기 끝에 나온 작품인 데 반해 북-일 정상회담의 시간은 반나절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상회담 직전까지 진행될 북한과 일본의 실무 협의가 얼마나 진전을 보이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결단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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