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마이웨이'…대선 다자구도로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48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왼쪽)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운데), 무소속 정몽준 의원 - 사진공동취재단·구례연합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왼쪽)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운데), 무소속 정몽준 의원 - 사진공동취재단·구례연합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16일 ‘독자신당’ 창당 쪽으로 마음을 굳힘에 따라 연말 대통령선거는 일단 다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대통령 직선제가 다시 도입된 87년 이후 세 번 치러진 대선에서는 주요 정당의 후보가 3명씩 출마해 겨루었으나 이번에는 경우에 따라 4자 이상의 대결구도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가 예상돼온 대선구도가 급변하게 된 1차적 원인은 물론 노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다. 민주당 내 비주류들 사이에 ‘노무현 후보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신당 추진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고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가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판의 요동폭은 한층 커졌다.

그러나 다자 구도 형성의 결정적 계기는 정 의원이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선두권으로 올라선 데다 그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거대신당’ 합류를 거부하고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었다.

정 의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연말 대선은 최소한 이회창-노무현-정몽준 후보간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정 의원은 당분간 독자적 이미지 메이킹에 치중하다가 9월 초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신당 작업에 나선다는 복안.

이에 따라 그동안은 박근혜 이한동 이인제 의원 등을 끌어안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 내 중도파들이 구상해온 ‘반 이회창’ 연합세력의 결성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 민주당 이탈세력과 민주당 바깥의 ‘제3 후보군’ 일부가 연대하는 ‘반창(反昌) 비노(非盧)’ 성격의 ‘제3 신당’ 출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제3 후보군’ 내에서도 신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경우에 따라서는 4, 5자 구도의 출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의원과 이 의원의 제휴실패나, 박 의원과 이 전 총리가 대권도전의 꿈을 접지 않을 경우 ‘제4당’의 출현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한나라당도 무풍지대로 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도 15일 “내가 울산 출신 국회의원인 만큼 울산-경남 출신 국회의원과도 두루 만나겠다. 국회의원으로서 정치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책무이다”고 말해 적극적인 세 확산 의지를 드러냈다. 영남권을 놓고 한나라당과 한판 대결을 벌일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또 대선전이 혼전으로 흐르면서 정치권의 판 자체가 크게 흔들릴 경우는 한나라당 내 비주류 및 개혁세력들도 정치노선에 따라 이합집산의 소용돌이에 끼어들 여지가 적지 않다.

물론 전례에 비추어 대선이 임박하면 합종연횡을 통해 구도가 단순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때까지는 암중모색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제3당 후보가 20% 안팎의 득표를 올리며 대선 승패에 영향을 미친 점을 감안할 때 다자구도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의 향배도 혼미 양상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92년 대선 후보별 득표
후보(소속당)득표수득표율(%)
김영삼(민자당)9,977,33242.0
김대중(민주당)8,041,28433.8
정주영(국민당)3,880,06716.3
박찬종(신정당)1,516,0476.4
이병호(대한정의당)35,7390.1
김옥선(무소속)86,2920.4
백기완(무소속)238,6481.0

97년 대선 후보별 득표
후보(소속당)득표수득표율(%)
김대중(국민회의)10,326,27540.3
이회창(한나라당)9,935,71838.7
이인제(국민신당)4,925,59119.2
권영길(국민승리21)306,0261.2
허경영(공화당)39,0550.2
김한식(바른나라정치연합)48,7170.2
신정일(통일한국당)61,0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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