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군사당국 회담도 열려야

  • 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07분


어제 열린 북한군-유엔군사령부의 판문점 장성급회담에서 양측은 무력충돌 예방과 신뢰구축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서해교전과 같은 적대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 노력하자는 합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서해교전에 대한 북측의 분명한 사과는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얼마 전 금강산 실무접촉에 나섰던 정부 대표는 북측의 사과를 받아내는 문제를 이번 장성급회담에 떠넘겼었다. 서해교전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후속조치를 반드시 받아내겠다던 정부의 다짐이 이처럼 흐지부지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재개한들 과연 여론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북한이 이번 장성급회담을 받아들인 것은 다목적 포석에 따른 것임이 분명하다. 북한은 한 달 넘게 외면해오던 장성급회담을 금강산 실무접촉이 시작되던 2일 돌연 역제의해 어제 회담이 열리게 됐다. 남북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북-미(北-美) 대화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북방한계선(NLL) 등 군사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의제로 올리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도’는 북한이 군사문제에서 한결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결실을 보기 어렵다. 북한은 말로만 그치는 무력충돌 예방과 신뢰구축이 아니라 이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성급회담뿐만 아니라 우리가 협상 주체가 되는 남북간 군사당국 회담도 재가동돼야 한다. 당장 경의선 연결 및 금강산 관광육로 개설 등을 위해서는 군사 실무회담이 열려야 하고, 더 큰 틀에서 남북간 긴장완화 등 군사적 현안을 논의하려면 국방장관회담도 조만간 재개돼야 한다. 이달 중순에 열리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 북한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적극적인 대화 자세도 검증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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