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장상 부결책임' 공방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일 장상(張裳)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인준 '부결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특히 민주당은 총리 인준 부결을 계기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에 관한 각종 의혹을 물고 늘어진다는 전략을 세우고 총공세에 나섰다.

▽'부결 책임' 공방=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부결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최고위원 고문 총무단을 합쳐 최소한 30표 이상 찬성표를 던졌으나 민주당에서 30∼40표 정도 이탈했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새벽21' 등 소장파 의원들의 반대를 단속하지 않았고 △민주당 표결 불참자 6명 중 3명이 여성 의원인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 대표는 이어 "검증된 후보를 내정하지 않은 대통령이 부결의 근본 원인을 제공해놓고 우리 당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민주당이 다른 의도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음모론을 제기한 뒤 △장상씨의 발탁 과정에 간여한 보좌진 해임 △민주당 사과 △중립내각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도 "이번 부결은 집권세력 내부의 분열 갈등과 함께 공작차원에서 다뤄진 것"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자유투표 약속과 달리 실제론 표결 하루전에 반대 당론을 정해놓고 조직적 투표를 벌였다는 반론을 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날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대통령을 흔들어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머리 속엔 권력을 향한 집착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자체조사 결과 우리 당의 이탈표는 8표를 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동의안 부결이 부담스럽자 우리 당의 반란표가 부결 이유라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응전략= 한나라당은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철저히 정면돌파 전략으로 맞서겠다는 태세다.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이젠 정공법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며 "8월 임시국회도 자민련과 공조해 소집한 뒤 권력형 비리 특별검사제 도입과 공적자금 국정조사 실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를 겨냥한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기획조정국은 이날 △이 후보의 경기 화성 땅 투기의혹 △이 후보 형의 미국 국적문제 △이 후보 며느리의 미국 원정출산 △114평 호화빌라 3채 보유 △이 후보 두 아들의 해외체재비 송금 등을 인사청문회 때 거론됐던 장상씨의 각종 의혹과 대비한 문건을 배포했다.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가 99년4월 서울 송파 재선거 때 신천동 장미아파트로 주소만 옮기고 그 집에 살고 있는 것처럼 위장전입했다"고 주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