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民意 수용” 민주당 “혼란 초래”

  • 입력 2002년 7월 31일 18시 50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1일 장상(張裳)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논평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공세를 폈다.》

▼한나라당▼

동의안 부결 직후 소집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민주당이 후안무치하게 자신들의 허물을 남에게 덮어씌우려는 구태를 보이고 있으나 결국은 스스로를 파탄에 이르게 할 뿐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도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의 큰 실망감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다. 자유투표로 이뤄진 만큼 당리당략적 차원으로 해석하거나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자유투표를 통해 찬성하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막판까지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9, 30일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여성층에서도 반대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등 예상보다 여론의 흐름이 좋지 않았기 때문.

그런 탓에 표결 직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장 지명자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박원홍(朴源弘) 심재철(沈在哲) 김홍신(金洪信) 안택수(安澤秀) 의원 등이 잇따라 “인준을 거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홍신 의원은 장 지명자를 ‘우먼 DJ’라고 지칭하기도 했다.박수가 쏟아졌다. 김부겸(金富謙)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부결시 정국 파행 책임을 뒤집어쓸 우려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으나 역부족이었다.

▼민주당▼

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곧바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세로 전환했다.

본회의가 끝난 뒤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대단히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한나라당이 자유투표를 한다고 해놓고 조직투표를 했다. 장 지명자와 이회창 후보는 너무나 닮은꼴이다. 이것을 정면으로 공격하자”고 말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호화빌라 의혹, 부친의 친일 의혹 등 장 지명자보다 훨씬 더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안고 있는 사람을 대통령후보로 내세운 한나라당이 어떻게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도 서울 금천 정당연설회에서 “대선 후보의 도덕적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이회창 후보는 지금이라도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동의안 처리 직전까지도 동의안 찬성을 공식 당론으로 정하지 못하는 등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장 지명자의 임명에 동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장파 모임인 ‘새벽 21’ 소속인 김성호(金成鎬) 정범구(鄭範九) 의원들은 잇따라 반대의견을 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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