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 민심 제대로 읽고 있나

  • 입력 2002년 7월 15일 18시 5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해당 사안에 대한 국민의 느낌과 한참 멀다는 인상을 준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발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문이다.

아들들 비리에 대한 사전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 있는 말이 아니다.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국정 운영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전정보가 있었는데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면 국정이 헛돌았다는 얘기다. 3남 홍걸(弘傑)씨의 경우 그의 미국 내 호화주택은 이미 2000년 봄부터 말썽을 빚었고 차남 홍업(弘業)씨는 전현(前現) 국가정보원장에게서 ‘떡값’까지 받으며 업계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챙겼다. 대통령이 그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상황도 몰랐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아태재단을 새출발시키겠다는 것도 김 대통령이 민의(民意)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아태재단이 권력비리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새출발’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민심은 김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고 사람만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해체 또는 국고 귀속 같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또 서해교전의 성격을 우리 해군이 북의 도발을 격퇴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또한 그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영해가 유린된 심각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 원인을 비판해 온 국민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같은 아전인수식 해석에 분노했던 것이 여론 아닌가.

결국 김 대통령은 아직도 현실의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인식 없이는 난국을 풀어갈 수 없다. 김 대통령은 이제라도 자신의 상황 인식에 잘못이 없는지를 냉철하게 뒤돌아보아야 한다. 그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의 국민에 대한 도리이며 남은 임기 7개월에 김 대통령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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