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 "경선 지금해도 좋다"

  • 입력 2002년 6월 17일 14시 21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17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재신임 문제와 관련해 "8·8 재보선 이후에 누구든지 입당시켜서 원점에서 후보 경선을 다시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민주당의 내홍이 대통령후보 재경선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노 후보는 이날 민주당사에서 열린 당무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당 일각의 후보 교체론에 대해 "나는 '개혁과 통합'이라는 노선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칙없는 영입에 비교적 소극적이었으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경선을 통해 다시 후보를 선출하는 것도 수용하겠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통한 재신임에 원칙적으로 이의가 없으나 전당대회를 시작하면 당은 심각한 내분과 권력투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8·8 재보선에 결정적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재보선 이후 다시 책임을 묻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재보선에 전력을 다한 이후에 모든 문제를 일거에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 후보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안동선(安東善) 의원이 즉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보선 이후에 거취문제를 묻겠다는 것은 후보직을 보전하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하자 노 후보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시간벌기 의도라고 본다면 지금 당장 (재경선을) 해도 좋다. 한 두달 미루려는 약은 수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서도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이 끝없이 표류하게 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선을 통해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또 8·8 재보선과 관련해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할 수 있는 '전권을 갖는 특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재보선을 노 후보의 책임하에 치르겠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의 결정에 대한 신뢰가 우선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관련기사▼
- 민주당 회의장 주변발언
- 민주 연석회의 발언록
- 노무현 후보 발언 전문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8·8 재보선 후 경선을 다시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당에서 그렇게 하자고 하면 하는 거다. 이런 저런 조건 붙여서 회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러 의문이나 해석상 차이가 있는 것은 당의 해석에 따르겠다. 꼼수 쓸 생각없다. 이 상황을 회피할 생각도 없다."

-재보선 뒤로 재신임 문제를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시간벌기 의도라고 본다면 지금 하겠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8·8 재보선을 깊이 생각할 것이다. 그것보다 후보교체 문제가 더 중요하다면 지금 해도 좋다. 한두달 미루려는 약은 수가 아니다. 재보선이 중요하다."

-시기는 언제로 생각하나.

"내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오늘 안을 내놓은 배경은 뭐냐.

"재보선을 추상적으로 보지 않고 구체적 일정을 놓고 생각하면 인식이 달라진다. 여러분이 아시지 않느냐."

-8·8 재보선 전에는 전당대회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냐.

"그렇다. 그렇게 되면 재보선이 표류한다. 전당대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도 재보선 후에 또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

-지방선거 참패했는데 이 분위기로 가면 재보선도 어려운 것 아니냐.

"재보선 대책은 별개로 해야 한다. 오늘은 해석에 의문이 있거나 한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자."

-후보가 8·8 재보선을 책임지고 치르겠다는 생각인가.

"선대위 발족에 유보적인 뜻을 밝혔다. 환경이 중요하다. 나무 위에 올라갈 때, 그것도 높은 나무에 올라갈 때 아래서 흔들지 안 흔들지 보고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 당내의 결정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하겠다고 했는데, 기본 입장은 재보선 후에 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이의있는 분께 대답한다면 지금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후보교체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것이 답이 되는지 여부는 당과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다. 후보를 두 달 더 하려는 술수냐는 관점에서 질문한다면 술수가 아니니 지금해도 좋다고 답변하는 것이다. 재보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재보선은 덮어버리고 신임 불신임이나 경선이든 지금 하자는 거다. 강한 승부수 던진 것 아니냐. 당내에서 이런 주장 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럴 만큼 거센 것이냐 하는데, 크든 작든 신문 타이틀을 보니 대단히 크더라. 한 명이 주장하든 2명이 주장하든 노무현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국면으로 가 있더라.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 아니냐. 국민들 보는 앞에서 명쾌하게 결론짓자는 것이다."

-오늘 밝힌 것은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상의했나.

"안 했다."

-재신임 문제를 당에 일임한다고 했는데 오늘 내놓은 안을 노 후보가 선호하는 안이라고 봐도 되나.

"나는 어느 것도 성사에 집착하지 않는다. 당에 선택의 카드를 하나 더 드린 것이다. 내가 선호하는 것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을 빨리 정리하자는 것이다."

-영남의 득표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재신임받겠다고 했는데, 후보직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

"후보 사퇴하면 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어차피 수리해야 하는데 재신임…. 아무 논거를 제시하지 않을테니 당에서 판단해달라. 내가 구차하게 영남권 지지 좋았다 어쨌다 하지 않을테니 그렇다는 것이다."

-재보선 특별기구를 제안했는데 어떻게 하자는 거냐.

"그 정도면 당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구체적 내용은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기구와 상관없이 재보선에 전력투구할 것이냐.

"내 제안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 중 당이 정하라는 것이다. 재보선 후 경선한다고 하면 재보선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뜻 아니냐."

-지도부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 한화갑 대표체제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고 최고회의 체제다. 한 대표는 '원 오브 뎀'(one of them, 여러명 중 한명)이다.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어놓고 집단지도체제와 다른 식의 얘기 하면 안된다. 당정 분리 만들어놓고 당정 분리와 다른 사고를 하면 안 된다."

-그 분들도 책임이 있다는 거냐.

"지도부 전체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후보 재신임 문제 등을 주관해야 할 기구는 있어야 한다. 2만명이 선출한 지도부의 권한을 특별기구로 위임한다면 전당대회를 뭐하러 하느냐. 돌아서서 딴소리하면 뭐하러 전당대회 같은 걸 하느냐. 승복의 정치가 돼야 한다. 마음에 안들면 흔들어버리는 식은 안 된다. 후보야 못났으니까, 후보는 또 대외적으로 내보낼 선수이니까 부상하면 출전 못하는 거고, 기량이 부족하면 출전 못하는 거다. 등록하는 그 날까지 경쟁력을 점검할 것이다."

-설훈의원이 노무현 후보-이인제 대표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했는데.

"그거야 전당대회…."

-재신임 약속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 분란이 더 커지지는 않았을텐데.

"그렇지 않다. 경선에서 내가 간신히 이겼는데, 당원들이 후보경쟁력을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내가 법적권리만 얘기하면 안 된다.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는데.

"그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거니까 있는대로 본다. 내려가는 게 있으면 올라가는 게 있겠죠."

-오늘 회의에 참석한 이유는.

"전당대회론이 많이 대두되고, 그래서 좀 더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전당대회를 하는 것은 재보선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일부 쇄신파는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노 후보가 DJ와 차별화하지 않은 것도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내 문제만 얘기하자."

-혼란이 장기화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여러 개가 됐다. 장기화돼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카드 수를 늘려준 것이다. 후보직을 두 달 연장하기 위해서, 전당대회를 회피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면 사람이 초라해 보여서 그렇게 보지는 말아달라는 것이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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