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후보 "외로운 싸움"…조직없고 인맥서 밀리고

  • 입력 2002년 6월 9일 00시 09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이 제도와 인식의 장벽에 맞서 고군분투 중이다.

여성 후보들은 지방자치는 생활정치인만큼 여성들의 섬세한 감각이 더 빛을 발휘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남자 후보들에 비해 조직이나 인맥에서 열세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기초단체장 8명, 지역구 광역의원 48명, 비례대표 광역의원 116명, 기초의원 222명 등 총 394명이다.

▽힘겨운 선거운동〓민주당 이금라 서울 강동구청장 후보는 “여성은 혈연 지연 학연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이권 개입이나 부정부패 가능성이 낮다. ‘이제는 여성 구청장이 나올 때가 됐다’고 격려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하고 있지만 선거운동이 힘겨운 모습이다. 이 후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조직선거이다.

인천 남구청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이영환(李英煥) 후보도 지방의회 출범 이후 전국 최초의 광역의회 의장(2000년)을 지낸 경력에도 불구하고 조직선거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밤늦게까지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이영화(李榮和) 후보는 “구태를 벗어나겠다”며 아예 ‘무선거운동’을 선언했다.

▽선입견의 벽을 뚫어라〓‘여다’(女多)의 섬으로 불리는 제주지역의 여성 후보는 제주시 제3선거구에서 광역의원에 출마한 무소속 고순생(高淳生) 후보 1명뿐이다. 그러나 고 후보는 “역대 선거에서 여성 후보들이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여성 유권자들이 뭉치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충남의 한 기초의원 여성 출마자는 “출마 전에 함께 활동했던 당원들조차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상대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남편들의 외조〓대구 경북의 유일한 여성 단체장 후보인 무소속 박인숙(朴仁淑) 대구 북구청장 후보는 구의원인 남편이 외조를 위해 이번에 구의원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박 후보는 “여성 구청장으로서 보수적인 대구를 역동적으로 변모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의원으로 출마한 정지숙(鄭址淑) 후보의 가장 큰 원군도 자영업을 하는 남편. 정 후보는 “선거운동 기획단계부터 경찰 출신인 남편이 전략을 짜 줬다”며 “남편이 아예 가게를 접어놓고 선거운동에 발벗고 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선거운동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의 임명숙(林明淑) 시의원 후보 역시 남편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수행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임 후보는 “여성 후보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부부가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호응해 준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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