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되풀이 정치불신 심화[경인일보]

  • 입력 2002년 6월 3일 12시 48분


“예산을 낭비하면서 이런 선거를 꼭 치러야 합니까.”

2일 용인시 용인초등학교에서 열린 첫 시장선거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이창식(36·용인시 수지읍 신봉리)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채 쓸쓸히 연설회장 밖으로 발길을 돌렸다. 모처럼 맞은 휴일이지만 그래도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누구이고, 내세우는 공약이 무엇인지를 들어보기 위해 시간을 내 합동연설회장을 찾았다는 이씨는 상대방을 헐뜯고 깎아내리는 중앙정치판의 복사판을 보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며 기가막혀 했다.

공식선거전부터 극심한 혼탁양상을 보여왔던 6·13 지방선거가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각 후보간 비방·폭로전 등 '진흙탕 선거'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부터 각 후보자의 전과기록과 병역관계, 납세관계 등의 상세기록이 공개되면서 1·2일 공식선거운동이후 있은 첫 합동연설회에서 이를 이용한 후보간 비방이 확산되고 있어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위한 정보공개가 오히려 후보간 공방의 재료로 활용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고 이로인해 유권자들의 선거외면이 더 심화되는 '홍역'마저 앓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로 꼽히는 유형은 ●전과·병역 ●말바꿔타기 및 불공정경선 ●인신공격 등이다.

전과·병역공방의 경우 도내 도지사,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선거에 나선 1천582명의 후보자 중 전과가 있는 167명, 병역을 필하지 않은 후보 176명 등이다.

실제 2일 용인초등학교에서 열린 시장선거 합동연설회에서 한나라당 이정문 후보는 “민주당 예강환 후보가 선거홍보지 등에 나를 뇌물수수범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당시 사법부로부터 정치적 탄압을 받은 것”이라며 예후보의 전과공방을 맞받아쳤다.

또 수원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심재덕 후보의 뇌물수수 혐의로 인한 재판관계와 관련, 개정 지방자치법을 들먹이면서 심 후보가 당선돼도 시장직을 4일 밖에 수행하지 못한다는 구전홍보를 시작했고 오는 6일 합동연설회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말바꿔타기와 불공정 경선 공방은 이번 선거에서 특히 심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시장·군수·도의원 후보 등을 경선을 통해 선출했기 때문.

2일 시흥중학교에서 열린 시장 합동연설회에서 무소속 백청수 후보와 무소속 이홍철 후보 등은 “지난번 선거에서 출마해 꼴찌한 사람이 모양새 갖춘 경선에서 민주당 시장후보가 된 것은 시흥시민들의 자존심을 농락한 것”이라고 민주당 신일영 후보를 겨냥, 일제히 공격했다.

민주노동당으로 평택시장 선거에 나선 김용한 후보도 전날인 1일 합동연설회에서 자민련에 있다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자리를 바꾼 김선기 후보와 허남훈 후보를 겨냥해 철새정치인들이라고 공격했고 민주당 허 후보는 한나라당 김 시장에게 관권선거의 몸통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밖에 인신공격성 비방은 도지사 선거를 비롯해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선거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 선관위 관계자는 “진정한 지역일꾼을 뽑아야 할 선거에서 남이 잘못돼야 내가 올라간다는 식의 생각때문에 비방·폭로전이 난무하고 있다”며 “오히려 이같이 비방·폭로전을 전개하는 후보를 떨어뜨려 정책·공약선거 등 참다운 선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인일보/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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