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금강산댐 공동조사 나서자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34분


엊그제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귀환한 박근혜(朴槿惠) 의원이 공개한 보따리 중에는 국군포로 생사확인,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등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이 여럿 포함돼 있다. 우리는 그중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금강산댐의 남북한 공동 실태조사 제의를 받아들였다”는 대목에 특히 주목한다. 최근 붕괴 위험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금강산댐 문제야말로 당장 장마철이 오기 전에 남북간 협력이 이뤄져야 할 현안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남측) 국민은 실상이 뭔지 걱정이 많다”며 금강산댐 공동조사단 구성 문제를 꺼내자 김 위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시원스레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 위원장의 대답이 진심이라면 북측은 그 실천을 위한 당국 차원의 공식 제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시 시간을 끈다면 북한은 최고 지도자의 말조차 믿을 수 없는 나라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셈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4월 초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으로 다소간 풀리는 기미를 보였던 남북관계가 다시금 경색 국면에 들어간 것도 북측 탓이다. 북측은 지난주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를 일방적으로 무산시켜 남측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런 마당에 박 의원이 김 위원장과 만나서 어떤 ‘거창한 합의’를 이뤄냈다 한들 그것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남북관계가 그럴듯한 말로만 포장되던 시기는 오래 전에 끝났다. 작은 합의라도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상호 신뢰가 쌓이고 더 큰 진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 시점에 북측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남북 경협추진위원회를 재개하고 금강산댐 공동 실태조사에 즉각 나서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박 의원과의 ‘비공식적인 합의’ 차원에서 벗어나 당국간 공식 대화채널을 통해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