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후보 관훈클럽 대선후보 초청토론 지상중계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50분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문창극·文昌克 중앙일보 이사)은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대표토론자 5명이 차례로 돌아가며 노 후보와 일문일답하는 방식으로 2시간40분 동안 진행됐다. 대표토론자는 남찬순(南贊淳)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용식(李容式) 문화일보 정치부장, 박보균(朴普均)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종구(金鍾求)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홍은주(洪銀珠) MBC 해설위원 등이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22일 토론회를 갖는다.》

◆DJ와 차별화-아들문제

노무현 후보는 토론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인위적인 절연(絶緣)’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거듭 분명히 밝혔다. 또 ‘깜짝쇼’를 하듯 당명을 바꾸기보다는 정치구도를 개혁하고 비전 제시를 통해 당의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은 아들들 비리의혹의 최종 책임이 김 대통령에게 있다고 믿고 있는데….

“대체로 언론과 국민의 판단에 동의한다. 그러나 제가 나설 것이냐, 어떻게 나설 것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데 조그만 부담도 느끼지 않도록 장애를 제거했다. 굳이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나서서 ‘(나는 김 대통령 아들들 문제와는) 관련 없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아도 별로 탈이 없겠다 생각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의리의 사나이’임을 강조하는 것은 전통적 DJ 지지세력에게 잘 보이려는 계산 아닌가.

“설사 계산속이 보이더라도 그게 옳은 것이냐가 중요하다. 대통령후보가 되신 분들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차별화하고 당에서 나가라 하고 인형을 만들어 타박하고 모욕을 주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그런다고 차별화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정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관계가 있는 것을 없다고 하는 속임수 비슷한 것은 하지 않겠다.”

-DJ의 민주당 탈당은 노 후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은 데 내심 고맙게 생각하나.

“탈당하는 것으로 저와 대통령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이해득실은 양면성이 있어 따져 보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탈당한 것은 여러 가지를 배려한 것으로 마음 속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다만 실제로는 득이 안 되는 것 같다. (DJ의 탈당 이후) 당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여러 문제를) 당과 제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민주당 내에서 DJ와 완전히 절연하고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신당을 창당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구도를 개혁해야 한다. 실속도 없이 모양만 내서는 안 된다. 개혁하는 척하는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지율이 떨어지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달라진 정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답이지 정당을 이합집산하고 이름표만 바꾼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북관과 국가보안법 문제

노 후보의 대북관 문제는 이날 토론회의 ‘핫 이슈’였다. 노 후보는 이날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분열세력’이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집요한 질문이 이어지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객관적 사실을 말한 것으로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통령의 ‘3단계 통일 방안’ 내용을 외우고 있나. 또 이 방안이 그 이전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3단계 통일 방안의) 내용을 외우지 못한다. 외우려고 하는데 자꾸 잊어먹는다. 근본적인 틀은 대화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흡수통일은 안된다. 북한의 붕괴는 안된다는 원칙적 자세가 중요하다. 줄줄 외우지 못해 죄송하지만 대화 아니면 방법이 없다.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흡수를 기도해서도 안된다.”

-‘6·15 공동선언’의 2항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한다’는 조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연방제냐 연합제냐 하는 논의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연방제는 북한에서 내놓은 안이기 때문에 금기시하는데…. 연방 개념은 단일 헌법을 반드시 전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연합인데 용어를 연방으로 쓴다고 쌍방간의 차이를 크게 확대한다면 공통점을 만들기 어렵다.”

-북한의 고려연방제 주장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나.

“깊이 관심을 갖고 읽어보거나 공부하지 않았다. 북한이 대남 적화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은 관념적 주장이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지도 않은 데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해석하고 굳이 매달릴 이유가 뭐냐.”

-통일 이후 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여야 한다거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하는 소모적 체제 논쟁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는 데, 자유민주주의 체제 옹호하는 것이 소모적인가.

“결론이 난 문제를 갖고 논쟁하면 소모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는 천지개벽이 없는 한 보편적 질서라고 다 확신하고 있다. 흡수통일이 없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북한 지도자와 대화해야 하는 데 ‘당신 체제는 안돼’라는 말을 반복하면 남북관계를 증진시킬 수 없다.”

-북한이 기분 나쁘다고 얘기 안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얘기해야 하지 않나.

“북한은 대화의 상대방이다. ‘당신은 자유민주주의에 포섭돼야 해’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안동시민학교 강연에서 대한민국을 ‘자본주의 분열세력’이라고 표현했는데, 유엔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인정하지 않았나.

“유일한 합법정부이지만 분열세력인 것도 맞다. 양립이 가능하다.”

-북한과 남한을 같은 분열세력으로, 등가(等價)로 보는가.

“정통성과 합법성은 별도로 하고 분열세력이라는 점은 같다. 광복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남한의 정통성을 부인한 것은 아니다.”

-김 대통령은 6·25 전쟁을 ‘통일시도 전쟁’이라고 했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북한이 남한을 먹으려 했던 것 아닌가.

“베트남은 무력통일됐다. 그것도 통일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가치를 부여하려 할 게 아니라 그대로 보면 된다. (김일성이 통일 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지, 왜 가치를 부여하느냐. 질문의 전제가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통성에 신념이 없는, 사상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그런 것 아니냐. 육사 나오고 장교로 복무하고 있는 사람에게 ‘너 대한민국 사람 맞아’ 하는 것과 같다. 판사도 하고 장관도 지냈다. 자꾸 얘기하니까 짜증스럽다.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는 좌우가 합작해서 동족상잔의 후유증 없이 분단을 극복했는데 우리는 분단을 극복하지 못해 갖는 아픔이 크니 과거를 되짚어보고 통합하자.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당당하게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정책 및 성장-분배 문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이중규제라는 지적이 있다.

“시장은 민간주도로 가야 한다. 그러나 관치(官治)가 빠지면 강자가 판을 치게 된다.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것은 금융감독 기능이 사회적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전문가들이 지금쯤은 은행에 의한 감시 정도로 충분하다고 할 때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벤처가 비리의 온상이 돼버렸는데 벤처육성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벤처육성정책이 비판받는 것은 정부의 벤처 지정제도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벤처밸리에 대학을 만들고 기업과 협동해 나가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투자기업 선정과 투자가치를 분석하는 기법을 더 향상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복지 후성장’ 정책을 얘기했는데 대규모 복지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복지와 성장은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성장을 저해하면서까지 분배를 추구하지는 않겠다. 복지재원 마련은 어디서 뽑아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도자의 의지에 달린 일이다.”

-기업의 은행소유 한도를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반대하는 것은 무분별한 대출이 일어나고 기업의 건전성 감독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계개편

-YS와 DJ 두 사람의 화합에는 대구 경북이 빠져 있다. 그래도 지역갈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양김(兩金)’은 민주세력의 양대 산맥이다. 두 분이 악수하는 것은 커다란 사건이지만 직접 손잡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중간에서 이쪽 저쪽 지지를 얻어내면 자연스레 영호남 통합이 이뤄진다. 어느 지역도 패권이 없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 경남 지방선거에서 한 곳도 당선 안 되면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는데….

“유효하다. 어떤 경우에도 회피하지 않겠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부산에서 이길 것이다. 재심판을 받는 방법은 당에 맡기겠다. 당이 우습지 않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절하고 나서 이제는 ‘신민주대연합론’이 과거 회귀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3당 합당은 역사적인 과오다.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이 대통령 안되도록 훼방을 많이 놓았다. 그러나 역사적 화해라는 게 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하되 갈등과 감정을 풀어나가야 한다. 과거 과오는 그렇다 하더라도 (YS를) 노무현의 등도 두드려주고 지역구도로부터 자유롭고 어디에도 편중되지 않는 통합의 구심으로 만드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대미관계

-통일 후에도 안보적 대치구도가 있다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했는데 안보적 대치구도란 무슨 뜻인가.

“동북아시아의 대치구도, 동서 대치구도라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한미일 동맹체제와 북-중-러의 동맹체제 간에는 대치구도가 존재한다. 통일 후에도 그 구도가 존재한다면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어떻게 보나.

“외교는 현실이다. 어느 정부라도 한미 우호관계를 돈독하게 해야 하고 남북관계에서 손발을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방문을 생각하고 있나.

“당내 전문가들과 협의하겠다. 중도 보수적인 사람들은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하고, 이른바 좌파 쪽이란 사람들은 갔다와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노 후보가 굳이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노린 것 아닌가.

“경선 과정에서 ‘미국을 모르는 대통령이 한국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한 번 갔다와서 뭘 알겠느냐. 문제는 그 전부터 미국에 대해서 잘 알고, (미국에) 많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없는데 부랴부랴 가서 사진 한판 찍고 그런 방식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회문제

-동의대 사건과 전교조 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 없다. 민주화보상심의위의 판단에 맡겨진 문제인 만큼 재심절차를 거쳐야 할 사안이지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가 좌지우지할 문제가 아니다. (동의대사건은) 누가 방화했는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전교조의 민주화운동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나.

“전교조 운동은 교육 현장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싸웠다는 점에서 민주화운동의 측면이 많다.”

-법질서 확립과 소외된 자의 저항권 인정 사이의 충돌을 조화시킬 방도는….

“법질서는 지켜져야 한다. 다만 지키기 좋은 법을 갖고 있어야 하며 잘못된 법은 국회에서 손질해야 한다. 엄하게 단속하되 상당히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가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것보다는 대기업은 좀 더 (유연화 정책을) 수용하고, 중소기업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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