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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4일 0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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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지만 “대통령에게 드릴 말씀이 있느냐”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권씨는 이날 오후 열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다. 2000년 7월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집으로 찾아온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에 대한 정보보고 차원이었을 뿐 돈을 받은 적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그러나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씨와 김 전 차장의 구체적인 진술과 김 전 차장의 당시 운전기사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증거로 내세우며 권씨가 돈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양쪽의 상반된 주장을 놓고 장고(長考)를 벌인 끝에 “범죄의 소명이 있다”며 이날 밤 11시20분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심사가 끝난지 7시간여 만이었다.
앞서 권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2일 오후 10시경 갑자기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혀 검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오후 9시경에는 당뇨와 고혈압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의사 진단서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이 때문에 김회선(金會瑄) 서울지검 3차장과 박영관(朴榮琯) 특수 1부장 등 수사 담당자들이 곧바로 서울지검 6층 이범관(李範觀) 검사장실에 모여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권씨를 일단 돌려 보내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권씨를 긴급체포해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꾼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은 그러나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기자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마침내 3일 오전 1시반경 검찰과 권씨가 ‘긴급체포는 하지 않되 조사는 계속한다’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수사 지휘부가 너무 ‘예우’에 신경을 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일부에서 외압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