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노무현 위상]당총재실로 쓰이던 방 집무실로 이용

  • 입력 2002년 4월 28일 18시 40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첫 출근한 2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는 ‘노무현과 함께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듭시다’라는 대형 현수막 두 개가 건물 앞뒤에 내걸렸다. 새로 8층에 마련된 그의 집무실은 예전에 총재실로 사용되던 방이다.

노 후보는 이날 아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을 들고 온 조순용(趙淳容) 정무수석에게 “대통령도 기뻐하시죠”라며 짐짓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어제 축배를 들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성공을 기념하는 느낌보다 걱정이 더 많다”고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전 10시부터는 당사 3층 회의실에서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새 지도부와 상견례를 한 뒤 40분간 간단한 회의를 가졌다. 한 대표는 “모든 것이 당의 선거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노 후보 중심의 당 운영 방침을 거듭 다짐했다.

회의를 마친 뒤에는 새 지도부와 당직자 등 40여명을 대동해 버스를 타고 동작동 국립묘지와 4·19국립묘지를 차례로 참배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노 후보는 한 대표와 옆자리에 앉아 귓속말을 건네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노 후보는 국립묘지에서는 방명록에 ‘거룩한 뜻 반드시 받들겠습니다’라고 썼고, 4·19국립묘지에서는 ‘4·19혁명의 정신을 꼭 실현하겠습니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집권당 후보로서 당장 이날부터 그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 4명의 경호원이 따라붙고 부인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에게도 2명의 수행원이 배치되기 때문이다. 또 당의 공조직이 구성되면 최소한 20여명의 후보비서진이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돌보며 분초 단위까지 관리하게 된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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