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상처없는 경선’ 펼칠까

  • 입력 2002년 4월 3일 18시 09분


3일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출마 선언을 했지만,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이미 ‘이회창 추대’ 분위기가 아니다.

이부영(李富榮) 의원에 이어 최병렬(崔秉烈) 의원까지 도전을 예고한데다 ‘노무현(盧武鉉) 바람’ 등 외부환경의 영향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워 “한나라당 경선도 장난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총재의 측근조차 “97년 신한국당 때도 보았듯이 경선이란 게 일단 시동이 걸리면 브레이크가 안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경선’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피흘리는 경선’에 대한 당내 우려가 더 많은 실정이다.

특히 4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이부영 의원은 이 전 총재의 신상문제를 포함한 50가지 문제점을 자료로 축적해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 의원은 “품격있는 정책경쟁을 하겠다”고 말했으나 측근들은 “상황에 따라서는 수위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최병렬 의원도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기보다는 나의 자질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동안 ‘이회창 유일 대안론’을 펴오던 그가 일단 출마를 강행한 점으로 볼 때 실제 경선전이 본격화되면 어디까지 나갈지 알 수 없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부영, 최병렬 의원의 도전으로 ‘한나라당판 이념논쟁’도 예상된다. 최 의원은 “보수가 나라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모아내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반면 이 의원은 “한나라당내 영남 대의원 중에도 변화를 갈망하는 젊고 개혁적 대의원이 다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낼 것이다”며 각을 세울 뜻을 분명히했다.

최 의원의 도전으로 불이 댕겨진 ‘영남후보론’의 귀추도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이 전 총재로 정권을 창출하자는 의원들의 인식이 별로 안 바뀔 것이다”고 장담했지만, 부산 출신의 한 초선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이 전 총재의 허약한 영남대표성이 드러날 수 있고, 이는 본선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른 견해를 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