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노무현 정계개편 주장 비교

  • 입력 2002년 3월 28일 18시 23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정계개편을 위해 기득권 포기도 가능하다”는 발언에 대해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당을 깨자는 얘기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는 민주당이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어나 전국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다만 두 후보는 이념적 성향과 대선전략의 근본적 차이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구상을 갖고 있다.

▽정계개편의 기본구도〓이 후보는 99년 4월 “양당제 구도로 변화하기 위한 큰 틀의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며 자민련과의 합당론을 주장한 이후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정당이 정책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정책정당으로 발전하고, 안정적 정권교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양당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는 당시 ‘자민련과의 합당이 무원칙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현대의 정당은 이데올로기 정당이 아니어서 하나의 색깔로만 결합하는 게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다양한 세력이 하나로 모이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반면 노 후보는 지역중심 정당구도에서 정책중심 정당구도로의 전환을 주장해왔다. 따라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개혁세력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고, 정계개편의 대상도 자연스럽게 야권의 개혁성향 인사와 옛 민주계 인사 쪽에 맞춰져 있다.

결국 지역적으로 보면 이 후보의 경우는 호남과 충청권의 ‘서부 연합’으로, 노 후보는 호남과 영남간의 ‘동서연합’으로 논리적 귀결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 후보의 주장은 97년 DJP연대론과 기본전략에서 유사성을 갖고 있고, 노 후보의 개편론은 현정부 집권 이후의 동서통합론 또는 민주대연합론과 궤를 같이 한다.

▽정계개편의 시기와 방법〓두 후보 모두 대통령후보가 결정된 뒤 정계개편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후보의 경우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하며,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와 새 지도체제가 결정되면 이런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 특히 자신의 텃밭인 충청권을 연고로 하고 있는 자민련과는 6·13 지방선거의 연합공천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고 여러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이 후보가 말하는 정계개편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대선후보로 선출될 경우를 전제로 한 ‘외연확대’가 목표다. 따라서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이 돼야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노 후보는 부산 경남을 연고로 하는 자신이 후보가 될 경우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확산되는 동시에 정계개편의 동력도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정계개편 추진을 공개적으로 선언해 이에 동의하는 인사들의 합류를 유도하겠다는 것.

정계개편 과정에서 ‘대통령후보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가 내세우는 정계개편론의 특징이다. 결국 이는 개혁세력의 결집과 동서화합형 신당창당을 위해서는 좀 더 큰 범위의 ‘헤쳐 모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그의 정계개편론이 이 후보 진영과 한나라당측으로부터 협공을 받는 주된 이유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민주당 이인제-노무현 후보간 정계개편론 비교
이인제쟁 점노무현
양당제 정착기본구도수구 대 개혁구도
충청 + 호남지 역영남 + 호남
보수든 진보든 관계없다노 선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개혁노선
자민련, 민국당대 상야권의 개혁성향인사와 옛 민주계 인사
자민련과의 합당, 지방선거 연합공천도 가능방 법정계개편 추진 공개해 동조인사 합류 유도, 기득권 포기도 가능
대통령후보 결정 후 추진시 기대통령후보 결정 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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