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수석 보물사업 개입

  • 입력 2002년 1월 25일 22시 46분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해저 보물 발굴사업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엄익준(嚴翼駿) 당시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연결해준 사실이 25일 드러났다.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조만간 이 수석에 대한 서면 또는 소환 조사를 통해 이씨를 엄 전 차장에게 연결시켜 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이날 다음주 초 이씨를 소환해 보물 발굴사업을 주도하면서 청와대 국정원 해군 등 국가기관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이익을 챙긴 혐의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이 수석을 상대로 이씨와의 접촉 경위 및 보물 발굴사업을 위해 국가기관들에 편의를 봐주거나 사업을 지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 수석은 “99년 12월 초 이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보물이 매장돼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알아볼 길이 없겠느냐’고 문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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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익 차원에서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청와대가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기관이 아니므로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 같은 데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씨가 ‘국정원에 연락을 좀 해달라’고 간청해 엄 차장에게 보물 매장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물어봤으며 엄 차장으로부터 2000년 1월말이나 2월초 ‘정보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어서 이씨에게 연락해 줬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날 이씨가 2000년 1월22일 국정원 모 과장과 함께 해군본부에서 오승렬(吳承烈) 해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의 안내로 이수용(李秀勇·현 석유개발공사 사장) 해군참모총장을 직접 만나 해저 보물 발굴사업 지원을 요청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99년 12월 목포해양경찰서가 ‘밑바닥 구조물 확인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지원해 달라’는 국정원 목포출장소의 요청에 따라 특수기동대원 5명을 전남 진도군 죽도 부근 해역에 출동시켜 3차례에 걸쳐 구조물 확인 작업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특검팀은 천용택(千容宅) 임동원(林東源) 당시 국정원장도 보물 발굴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전 D금고 소유주 김영준(金榮俊·구속)씨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모 교수(41·여)를 24일 밤 임의동행 형식으로 소환해 조사했으나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25일 돌려보냈다. 김 교수는 검찰 조사와 관련해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모 회사의 사장 등과 함께 사업 차원에서 지난해 6, 7월 김영준씨를 처음 만났고 8월1일경 한번 더 만났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검에서는 김씨와 몇 번 만났는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등에 대해서만 조사받았으며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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