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총재직 사퇴]"중립내각 구성땐 국정 초당협력"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55분


한나라당은 8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가 막상 현실화되자 겉으로 환영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정치권 전반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아직 정확한 셈이 나오지 않은 때문인 것 같았다.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환영보다는 걱정 쪽이다”며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든든하게 서 있어야 나라도 좋고 야당도 좋다. 민주당이 헝클어지는 것은 여러 모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득(李相得)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에 반대한다”며 “민주당은 여당이고, 여당의 혼란은 곧 나라의 혼란을 뜻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서는 게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대권 가도에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총재가 그동안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반(反) DJ 정서’의 혜택을 본 게 사실인데, 김 대통령의 퇴진으로 이런 정서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부산의 한 의원은 “그동안 DJ에 대한 미움 때문에 이 총재가 실수를 해도 넘겨주던 영남 사람들이 앞으로는 이 총재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이제 이 총재는 벌거벗은 상태로 여론의 심판대에 선 셈”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버려도 여권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민주당의 권력투쟁이 본격화되겠지만 결국 김 대통령이 원격 조종할 가능성이 크다. 중립내각을 구성해야만 야당이 협조할 수 있다”(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는 식이었다.

반면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은 “당권을 잡기 위한 동교동계 신·구파의 갈등 등으로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권력 말기에 이런 악순환을 겪게 된다”며 내각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내각제였다면 영락없이 정권이 바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송인수·박성원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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