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권노갑-박지원 희생론' 고개 들어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1분



쇄신파들의 집중공격을 받아온 민주당 동교동계가 반격에 나섰다.

6일 동교동계 소속인 중앙당 부위원장 등 중하위 당직자 60여명이 쇄신파들의 주장을 ‘항명(抗命)’으로 규정하면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장엄한 과거의 역사를 부인하는 무리들이 당 내외에서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쇄신파들을 격렬히 비난했다.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측도 8일 기자회견 강행의사를 밝히며 결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작성을 마친 기자회견문 문안에는 쇄신파들의 부도덕성을 공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 전 최고위원이 쇄신파들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경우 당 내분의 수위가 훨씬 높아질 것이란 점에서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를 만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권 전 최고위원 진영과 동교동계 구파측은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으란 말이냐”며 쇄신파들의 공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6일 밤 귀국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과연 권 전 최고위원의 회견을 말릴 것인지 여부가 ‘김심(金心)’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교동계가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권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희생’을 전제로 쇄신파들에 대해 강력 대처해야 한다는 상황론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그분들이야 억장이 무너지겠지만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쇄신파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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