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의원 발언 파문]"햇빛정책 좌파공간만 넓혀줘"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54분


'이것 보세요'-한나라당 이재오 총무(오른쪽)와 민주당 이상수 총무
'이것 보세요'-한나라당 이재오 총무(오른쪽)와 민주당 이상수 총무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질문 직전까지 원고를 배포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며칠 전 민주당이 내가 배포하지도 않은 질문원고를 사전에 입수해 배포하고 원색적 비난과 인신공격까지 퍼부었다”며 “이는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에 민주당 의석이 “무슨 소리냐”며 술렁이기 시작했으나, 김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공개된 질의서에 나온 내용 외에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몇 가지만 하겠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햇볕정책은 7000만 민족에게는 오히려 그림자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햇볕정책은 우리 사회 내 좌파세력의 활동공간만 넓혀준 완벽한 실패작이다” “정권이 앞장서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북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사실상 인정하려 하는 것 아니냐”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맹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설훈(薛勳) 김방림(金芳林) 의원 등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소리 하느냐” “말 조심해”라고 고함을 질렀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잘한다” “김용갑 의원 파이팅”이라며 격려했다.

김 의원은 “좀 조용히 해”라고 소리친 뒤 원고를 계속 읽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계속 “집어치워” “정신나간 사람 아냐” “내려와”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 의원이 다시 “이 정도도 이야기 못 하느냐”고 외치자, 김방림 의원은 “이 더러운 ×아, 말 조심해”라고 고함을 쳤다. 박창달(朴昌達)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방림 의원을 향해 “너나 말조심해, 네가 더 더러워”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김방림 함승희(咸承熙)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이런 자리에 더 이상 있어서 뭐 하느냐”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김옥두 의원은 “총무단이 나서서 똑바로 해야지”라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소란은 다음 질문순서인 자민련 송광호(宋光浩) 의원이 등단할 때까지 10여분 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즉석에서 총무단을 소집, 구수회의를 했으나 김용갑 의원의 발언을 공식적으로는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용갑 의원이 자극적인 발언을 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는 등 질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