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 "남쿠릴 제3국 조업 금지"…韓 꽁치어장 사실상 상실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7시 22분


일본과 러시아가 9일 도쿄(東京)에서 외무차관급 협의를 갖고 내년부터 남쿠릴열도 수역에서 한국 등 제3국의 꽁치 조업을 인정하지 않기로 기본방침을 정한 것으로 10일 알려짐에 따라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이번 주 말 홍승용(洪承湧) 해양수산부 차관과 조환복(趙煥復)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 등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을 러시아로 파견해 “일-러간 협상에서 한국의 조업 이익이 배제돼서는 안된다” 는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5일 방한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도 이런 입장을 밝히는 한편 이달 하순 상하이(上海)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의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에 앞서 9일 추규호(秋圭昊)외교부 아태국장을 도쿄(東京)로 보내 일본측과 접촉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는 10∼12일 열리는 양국 수산당국자 협의에서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할 방침이다.

한편 일-러는 조만간 제3국 조업 금지로 인한 러시아측 손실분 대한 보전문제 등을 논의한 뒤 20일 열리는 APEC에서 일-러 정상회담을 갖고 정식 합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약간의 조정이 필요할 뿐 거의 합의했다” 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와 원양어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산리쿠(三陸)수역의 꽁치조업도 조업시점이 임박했지만 일본이 한국 꽁치어선에 아직까지 조업허가장을 발급해 주지 않아 올해 산리쿠 수역의 꽁치조업은 이루어지지 못할 전망이다.

해수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에 발급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이 조업허가장을 발급해 줄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 라고 밝혔다.

일본은 한·일 어업협정 합의사항에 따라 8월20일까지 조업허가장을 발급했어야 하나 한국 어선의 남쿠릴 열도 조업을 문제삼아 이를 거부해 왔다.

원양어업협회 꽁치봉수망 분과위의 박희섭 위원장(성경수산 대표)은 “남쿠릴 수역과 산리쿠수역에서 조업이 금지되면 꽁치잡이 업체들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 면서 “정부는 대체어장 운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체어장 확보는 불가능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김동원·부형권기자·도쿄=이영이특파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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