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표, '특정계보 대리인' 의구심 여전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35분


《10일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대표 지명자 인준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진 것은 여당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는 그만큼 한광옥(韓光玉) 대표 체제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한 대표에 대한 당내 일각의 의구심이 앞으로 끊임없이 당내 파열음을 빚어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측은 한 대표가 내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공정한 관리를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일부 최고위원들과 초재선 그룹의 반발 및 동교동계 신·구파의 대립을 무마하면서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동교동계 구파의 대리인’ 이미지부터 벗어 던지는 노력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11일 후속 당직 인선이 관심을 끄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DJP 공조가 와해됨에 따라 소여(小與)를 이끌게 된 한 대표는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도 대야 관계 복원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장 한 대표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당내 문제 해결보다는 대야 관계 복원일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당무회의 발언록.

▽조순형(趙舜衡) 의원〓당-정부-청와대 개편에 당 의견 반영이 미흡했으므로 대표 인준을 위한 당무위원 회의를 연기하자.

▽이협(李協) 총재비서실장〓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결정은 해야 한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대표 인준은 당이 환영하는 분위기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연기하자. 참모인 대통령비서실장이 지휘관인 당 대표로 바로 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이 당정 쇄신을 포함한 국정 쇄신을 약속했는데 오늘의 인사 흐름은 그에 부합되지 않는다. 나는 반대한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인준 여부를 결정하자.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애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개인과 당의 논리가 충돌할 경우 무엇을 따라야 하는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김옥두(金玉斗) 의원〓우리 당에는 계보라는 것은 없다. 만장일치는 아니더라도 인준하자.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김 최고위원과 조 의원의 얘기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선택이 불가피하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이른바 ‘빅3’ 인선에 국민의 의견이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해 달라.

▽임채정(林采正) 국가전략연구소장〓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희망과 단합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므로 너무 논란이 길어지면 안 된다.

▽김원기(金元基) 최고위원〓이번 인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 보좌진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반성도 없고 책임을 지려고도 하지않는 데 문제가 있다. 봉합만으로는 안 된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만장일치로 인준을 하자.

▽조 의원〓그렇게 해선 안 된다. 당이 어려운 시기에 분란을 일으키자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김 대표〓표결에 찬성하는 분과 반대하는 분 차례로 거수해 달라.

(거수에서 참석자 61명 중 김근태 정대철(鄭大哲)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과 조순형 신기남(辛基南) 천정배 의원 등 6명만 표결에 찬성했고 나머지는 반대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대통령수석비서관 개편을 대통령에게 건의해 달라.

▽한광옥 신임대표〓(인준안 처리 후 회의 참석) 개혁과 화합이라는 큰 원칙으로 당을 운영해 나가겠다.

<문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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