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갖자"…北측 5개월만의 제의 배경주목

  • 입력 2001년 9월 2일 23시 08분


북한이 2일 남북 당국자간 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전격 제의하고 정부도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르면 9월 중 남북 장관급회담이나 경의선 연결을 위한 실무회담 등 분야별 당국자간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임동옥 부위원장은 이날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에게 보내는 방송통지문에서 “우리측은 온 겨레의 의사를 반영하여 6·15 북남 공동선언의 정신에 부합되게 북남 당국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제의하며 우리의 이 건설적인 제의에 귀측의 긍정적인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평양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날 김홍재(金弘宰)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북측의 제의를 환영한다”고 밝히고 “정부는 앞으로 북측과 대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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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이번 제의는 북측이 3월13일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워 돌연 불참한 뒤 5개월여 만의 일인 데다 3일 임동원 장관의 해임 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그 배경에 주목된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북한의 제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북측의 제의를 그대로 받을지, 아니면 제의의 성격(회담의 수준)을 파악한 후 수정 제의를 할지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제의는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국회 표결처리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북측의 방송통지문이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임동원 귀하’로 돼 있는 점에 비추어 북측의 의도에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제의는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2일 평양에 돌아 온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통지문을 보낸 임동옥 부위원장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으로 지난해 9월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과 북한 김용순(金容淳) 대남담당비서간의 특사회담에 대표로 참석했던 대남분야의 실세로 알려져 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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