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표결’이후]DJ ‘작심’…공조 깨지더라도 “원칙대로”

  • 입력 2001년 9월 2일 18시 42분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국회처리를 하루 앞둔 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없이 휴식을 취했다고 박준영(朴晙瑩) 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미 마음의 결심이 섰다는 얘기였다.

▽‘원칙 불변’〓청와대는 임 장관 해임안이 가결될 경우 이는 김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DJP공조가 사실상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나아가 이 경우 자민련이 안게 될 ‘문제점’이 예상외로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자민련 소속 각료들의 철수와 함께 배기선(裵基善) 의원 등 ‘이적 의원’들의 원대복귀에 따른 교섭단체 무산부터 걱정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 핵심관계자는 “자민련이 이런 문제들을 우려한다면 해임안을 부결시키는 쪽으로 성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해임안 부결을 간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자민련이 제 갈 길을 고집해 해임안이 가결되는 결과로 끝난다 해도 청와대 측이 먼저 자민련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등 자민련 소속 각료들의 철수 여부를 전적으로 자민련의 자체 판단에 맡긴다는 것.

이같은 방침은 청와대가 자민련을 ‘내쳤다’는 식의 여론이 생겨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서운함〓청와대가 임 장관 문제는 햇볕정책의 기본에 관한 문제요, DJP공조의 근간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명예총재가 임 장관의 국정원장 시절 ‘행적’까지 들먹이며 사퇴를 요구한데 대해 김 대통령은 전에 없이 서운해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서 김 명예총재의 이번 공세는 사실상 김 대통령에 대해 색깔론 시비를 건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자민련이 각료배분 등 챙기는 데는 관심이 많았지만, 민족 민생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인 적이 있느냐”며 “가뭄이 들어도 민생현장 갔다 왔다는 소리 한번 듣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서운함’이 중첩되면서 김 대통령은 “이제는 DJP공조에 금이 가더라도 원칙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굳히게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대북 화해 협력이라는 명분면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것.

핵심부에서는 “향후 국정운영에서는 소수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원칙대로 갈 때 잃어버렸던 20, 30대의 지지도 되찾고 살아날 길도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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