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권력다툼으로 번지나…김대표 연이틀 포문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0분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29일에도 청와대 비서진을 거듭 비판함으로써 여권의 내홍(內訌)이 깊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 비판은 당 출신 청와대 참모와 당내 일부 인사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이번 사태가 당·청 갈등에 이은 여권 내 권력다툼 양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이날 언급한 ‘청와대 참모의 당 대표 흔들기’는 표현이 노골적인 데다 청와대측이 ‘정기국회 후에나 당정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한 바로 다음날 나온 것이어서 더 그렇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27일 청와대 만찬에도 김 대표는 원래 안 갈 생각이었다. 그랬다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나아지는 면도 있었을 수 있지만, 당을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말해 보다 큰 구상 아래서 어디까지 나가야 할지 심사숙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대표측은 자신의 이날 발언이 다시 문제가 되자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을 통해 “어제(28일) 기자간담회에서 거론한 내용 이외에 새로운 게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는 했다. 그러나 김 대표로서는 이번 기회에 청와대 내의 ‘불편한 인사’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향후 정치적 운신이 힘들어진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5월 당정쇄신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던 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도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김태홍(金泰弘) 이재정(李在禎) 송영길(宋永吉) 김성호 의원 등 ‘새벽 21’ 소속 의원 11명은 이날 아침 모임을 갖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이었던 당정 쇄신론이 표면화된 만큼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예의 주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소장파들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당정 쇄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여의치 않으면 다시 ‘거사’할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문답 요지.

-청와대 참모진의 잘못을 거론했는데….

“내가 오죽했으면 대표로 있으면서 청와대 비서진 잘못을 거론했겠나. 당출신 참모들 중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번 청와대 주례보고때 당정개편을 요구했나.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대통령에게 밝히고, 큰 폭의 당정개편을 건의했다.”

-왜 당이 소외됐다고 생각하나.

“3·26 개각때 참모들이 개각 날짜도 알려주지 않는 등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당내 일부도 이러한 기류에 편승해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들이 왜 그러는 것으로 보나.

“일부는 사심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나를 밀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로 당출신 참모들이 그렇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인가.

“전혀 상관없다. 자신들끼리 장난치는 것이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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