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퇴진'정면대결]심상찮은 자민련 '파국' 치닫나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18분


착잡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처리문제를 둘러싼 DJP 진영 내부의 난기류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청와대는 24일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임 장관 경질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자민련간의 갈등설을 잠재우려 했지만, 자민련이나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경질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민련의 이완구(李完九) 원내총무가 23일 임 장관 해임건의안이 제출될 경우에 대해서까지 언급한 것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는 ‘파국’을 맞기 전에 청와대가 알아서 임 장관 문제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총무는 24일에도 “우리 당 분위기는 방북단 파문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낸다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민주당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 총무의 발언에 대해 “JP의 뜻이 아닐 것이다” “자민련 내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것 같더라”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관련기사▼

- '임동원진퇴' 정면대결

그러나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 총무가 JP의 의중을 대변했을 가능성이 크다.

JP는 이날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서울 신당동 자택을 찾아온 자민련 관계자들에게 ‘문책 사유로 따지면 오장섭(吳長燮) 전 건설교통부장관보다 임 장관의 경우가 더 무겁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관계자는 “작년 9월 북한의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이 특사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 당시 국가정보원장이던 임 장관이 제주도까지 따라 내려가는 것을 보고 JP가 청와대에 직접 경고한 적도 있다”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JP의 의중도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JP가 이날 이 총무에게 “‘공동정부의 공조정신’을 유념하라”고 말한 것도 상황 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민련이 실제로 임 장관 해임건의안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총무의 발언은 임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일종의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민련 사정에 밝은 한나라당의 K의원은 “만약 자민련 지도부가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해임건의안에 동의하는 쪽으로 당내 여론을 몰아가면 결국 JP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임건의안이나 경질 모두 김 대통령이나 JP에게 부담이 큰 선택이기 때문에 ‘제3의 방안’이 모색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개각설이 그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임 장관이‘햇볕정책의 전도사’처럼 투영돼 있어 경질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당정개편의 대상으로 거론돼 온 일부 각료들을 포함한 개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 장관 처리 방향은 JP가 28일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에야 윤곽이 잡힐 것 같다.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137석)면 통과되는데 한나라당 의석이 132석이어서 무소속 의원 3명 모두와 자민련 의원 2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김창혁·박성원기자>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