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단 영장청구 내용과 추가 수사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40분


‘8·15 민족통일대축전’ 남측 대표단 16명에 대한 처리기준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검찰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즉 실정법 위반사실과 함께 이른바 ‘남남(南南)갈등’으로 갈라진 여론, 남북관계의 앞날 등 ‘국익’을 놓고 끝까지 신중한 저울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민족통일이라는 ‘대전제’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16명 전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피하되 성난 다수 여론을 고려해 비난 가능성이 높은 두 사건을 선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무리한 법 적용을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원도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24일 영장실질심사와 재판 과정에서 유무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범민련 연석회의 참가사건〓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은 김규철 부의장(67) 등 5명 외에 경찰이 조사한 전상봉 부의장(36)이 포함돼 모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주요 혐의는 16일 ‘단체별 부문별 행사’시간에 강령 개정을 위해 범민련 북측본부 관계자들과 연석회의를 연 것.

검찰은 개개 혐의자별로 이번 사건 외에도 그동안 파악하고 있던 다른 실정법위반 혐의사실을 추가했다. 전 부의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재일한국청년동맹 구성원과 만나고 3월 ‘김일성(金日成) 사회주의청년동맹’과 통신한 혐의 등을 추가했다.

이들 6명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측 인사들과 연락을 취해왔기 때문에 6명의 혐의내용이 저마다 다른 부분이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연석회의에 참가한 다른 남측인사는 추가 수사대상.

이에 대해 김승교(金承敎) 변호사는 “국정원이 이미 오래 전부터 남북본부의 상호연락 사실을 파악해 왔다가 이제야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고 회의 내용도 합법적인 강령 개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경대 방명록 사건〓강정구동국대 교수에 대해서는 만경대 방명록 서명 외에 두 세 가지 혐의가 새로 추가됐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강 교수는 올 4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주최한 주체사상토론회에 참석해 학생을 상대로 주체사상을 교육한 혐의와 16일 북한 TV를 보고 학습한 혐의 등이 추가됐다. 또 검찰은 강 교수의 자택에서 압수한 몇 가지 저작물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경대 방명록 내용에 대해 검찰은 그동안 강 교수의 연구활동 및 강연 등에 비춰볼 때 보안법상 찬양 고무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김동균(金東均) 변호사는 “강 교수의 행동이 헌법재판소의 보안법 적용기준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히 공개된 대학 강연과 TV 시청까지 영장에 적시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추가혐의 수사〓검찰은 백두산 밀영과 묘향산 방명록 서명자 등 추가 혐의자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혐의자와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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