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세무조사 발표 관련 보도실태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59분


《지난달 29일 국세청의 탈세 언론사 발표 이후 KBS MBC 등 방송사들은 지난 주말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방송사들은 일부 뉴스에서 아직 혐의에 불과한 고발 내용을 ‘확정된 사실’인양 보도하고, 해당 신문사측의 반론이나 해명을 가볍게 취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토론 프로그램들은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내보내는 등 비교적 균형을 유지해 대조를 이뤘다. 》

MBC의 경우 지난달 30일 밤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번 세무조사가 동아 조선 중앙 등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탄압 의도가 짙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이들 언론사에 불리한 결과를 담은 내용들을 앞세운 ‘63% 고발 적절’이라는 리포트를 먼저 내보냈다.

MBC는 이 결과를 놓고 “국민은 세무조사의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리포트하면서 “이는 일부 언론사들이 세무조사 자체를 정치탄압으로 몰고 가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데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해설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뉴스 프로그램에서 국세청 발표에 대한 해당 신문사 측의 해명과 반론이 간단하게 처리된 것도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발표 당일인 29일 밤 KBS는 ‘뉴스 9’에서 20여분 정도 국세청의 언론사 고발 문제를 다루면서 해당 신문사들의 해명이나 입장은 신문사당 10초 정도씩 할애했고, MBC도 전체 20여분에 달하는 보도내용 가운데 해당 신문사 관계자의 전화멘트를 10초 가량 간단히 내보냈다.

또한 KBS는 29일 밤 ‘뉴스 9’에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입장에 유리한 일반인 4명의 인터뷰만 내보내고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인터뷰는 내보내지 않았다.

MBC는 30일 ‘미디어 비평’의 ‘언론사주 고발의 파장’이란 코너에서 “구속수사로 가닥을 잡을 것” “국세청이 이번 고발조치의 근거로 내세운 조세범처벌법을 보면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8월초 기소, 10월 중순 선고” 등 구속 수사를 전제한 출연 변호사의 발언을 10여분간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또 ‘미디어 비평’ 진행자는 “정부가 이번 세무조사를 할 때 정치적 의도가 없었겠습니까. 설사 언론탄압을 하려고 세무조사를 했다 해도 탈세가 드러난 만큼 이를 눈감아줄 수는 없다”고 말해 애써 ‘언론 탄압’ 부분을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방송3사의 토론프로그램은 뉴스보도와는 달리 비교적 균형감각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30일 KBS ‘심야토론’에서는 “언론이 하루아침에 악덕집단으로 매도되는 데 분노한다. 방송은 깨끗하냐”는 월간 ‘경제풍월’ 발행인인 배병휴씨(전 매일경제신문 전무)의 질문에 진행자는 이날 ‘뉴스 9’에서 밝힌 KBS의 추징세액 등을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국세청 언론사 탈세 발표를 앞두고 28일 밤 마련된 ‘MBC 100분토론’도 비교적 균형 있게 토론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태훈·이승헌기자>beetlez@donga.com

▼KBS "추징세액 290억원 공개"▼

KBS는 지난달 30일 ‘뉴스9’를 통해 국세청으로부터 290억원의 세금 추징 예정액을 통보받았다고 공개했다.

KBS는 이날 “국가 기간방송으로 해마다 감사원 감사와 국회의 국정감사를 받으며 지적 사항을 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상의 완벽을 기하지 못해 세금추징을 통보받은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KBS측은 추징액의 내용에 대해 “200억원 가량은 법인세와 전달품에 관한 사항으로 세금부과의 적정성 여부와 관련해 수년 전부터 재판에 계류 중이며, 나머지 90여억원은 공기업의 오랜 관행으로 처리돼 왔던 사항이거나 법 해석상의 차이, 그리고 업무착오로 세법적용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MBC는 지난달 30일 ‘뉴스데스크’에서 추징세액이 최종 결정되는 대로 그 규모를 자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SBS는 이날 ‘8 뉴스’에서 “지출 부문에서 방송사의 오랜 관행에 따른 회계처리와, 기업과 세무회계의 불일치로 인해 일정세액을 납부토록 통보 받았다”고만 밝혔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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