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선 3척 영해침범

  • 입력 2001년 6월 4일 00시 15분


북한 상선 3척이 2일 우리측 영해를 일방적으로 침범해 제주해협을 지나 항해하다 3일 오후 서해와 남해 공해상으로 모두 빠져나갔다.

북한 선박이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군 당국은 북측이 남한과 국제사회에 대해 ‘무해(無害)통항권’을 인정해주도록 요구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 선박은 우리 해군과의 무선통신에서 ‘상부의 지시대로 제주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며 퇴거 명령에 불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3일 오후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 당국은 향후 사전통보 및 허가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런 절차 없이 영해를 통과할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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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사전통보나 허가요청 등의 조치를 취한 북한 상선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주해협 통과를 사실상 허용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향후 남북간 해운협상 등 후속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합참에 따르면 2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청진2호(1만3000t급)와 영군봉호(6700t급) 백마강호(2700t급) 등 북한 상선 3척이 동해와 서해 공해상을 항해하다가 각각 우리측 남해안 영해를 침범해 제주해협을 통과했다.

이 중 영군봉호는 2일 오후 8시20분경 흑산도 서남방 서해 공해상으로, 백마강호는 3일 오전 8시40분경 부산 앞바다 조도 남쪽 방향 공해상으로, 청진2호는 3일 제주도와 추자도 사이 해상을 지나 오후 3시경 서해 공해상으로 빠져나갔다.

북한 선박이 영해를 침범하자 해군은 P3C 해상초계기와 초계함 경비함 등을 출동시켜 근접 감시작전을 펴는 한편 이들 선박을 공해상으로 유도했다. 또 국방부는 3일 오전 2시반 경 유엔군사령부 정전위원회를 통해 북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들 선박이 통과한 제주해협은 국제법상 연안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항해를 보장하는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곳으로, 군함을 제외한 외국 상선은 사전 통보 없이 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작전예규에 따라 북한 국적의 선박은 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북한 선박이 이 해협에 접근할 경우 우리 군은 유엔사 교전규칙에 따라 즉각 공해상으로 퇴거시키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정부가 앞으로 북한 선박에 대해 제주해협의 ‘무해통항권’을 인정할 경우 우리 군의 작전예규 및 유엔사 교전규칙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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