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대표단 방북 첫날]페르손-김영남 만찬전 긴회담

  • 입력 2001년 5월 3일 01시 18분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는 2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면담한 데 이어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장시간 회담한 뒤 북측 주최 환영 만찬에 참석하는 등 평양에서의 바쁜 첫날을 보냈다.

○…페르손 총리와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 회담을 시작한 뒤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 1시간반 동안 깊숙한 논의를 진행. 이로 인해 오후 6시반으로 예정했던 김 상임위원장 주최 만찬은 오후 8시가 돼서야 시작.

페르손 총리는 만찬사에서 북한의 경제 개방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은 (북한이) 시장경제 적응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

○…지난해 4, 5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의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영성(金靈成)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참사는 페르손 총리가 기자회견을 시작할 무렵 고려호텔에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김 참사는 남북관계 개선 전망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좋은 소식이 있어야 되겠는데 아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아서…”라고 간단히 대답.

○…페르손 총리의 기자회견에서는 EU 대표단 방북의 핵심현안인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보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미사일방어(MD)체제 강행 방침 발표에 대한 북한당국의 반응에 서방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바람에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

페르손 총리는 MD에 관한 EU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계속되자 “나는 평양으로 오는 특별기 내에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부시 대통령의 연설 원고도 읽지 못했다”며 차단.

○…스웨덴 외무부가 페르손 총리의 남북한 연쇄방문의 목적이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 모색에 있다고 설명한 것과는 달리 직접당사자인 한국 기자단에 대한 대우는 그렇지 않은 느낌.

한국과 똑같이 8명의 기자가 방북한 일본은 서방언론과 함께 메인프레스센터에 배정된 반면 한국기자단은 외딴 구석의 작은 방에서 국제전화선을 사용하지도 못한 채 별도 요금을 내며 인터넷을 통해 전자우편으로 기사를 송고하는 등 불이익.

○…EU 대표단의 방북 일정은 김 상임위원장과의 회담이 추가되는 등 평양 도착 뒤에도 수시로 바뀔 뿐만 아니라 북측이 시간과 장소조차도 철저히 함구로 일관해 혼선을 불러일으키기도.

○…페르손 총리는 2일 오전 11시반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김 상임위원장과 인사한 뒤 북한의 3군 합동 의장대를 사열. 북측 군악대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환희의 송가’에 이어 북한 국가를 연주했으며 공항에 모인 700여명의 평양 시민들은 분홍색 조화인 ‘꽃술’을 흔들며 ‘환영’ ‘페르손’ ‘친선’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페르손 총리 일행은 낮 12시경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金日成)주석 동상에 헌화한 뒤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

<평양〓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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