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OSCE 회의 2001' 개막]"동북아 다자 안보대화 여건 성숙"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56분


유럽의 지역안보 및 신뢰체제 구축 경험이 동북아의 냉전 해소와 신뢰구축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한―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 2001’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는 자리다. 21일까지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에는 OSCE 55개 회원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안보 및 군축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한다.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은 개회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변화된 동북아의 안보환경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도 다자 안보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이 성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 주요 참석자인 주 OSCE 독일대사와 프랑스대사를 통해 그들의 경험과 한반도의 신뢰구축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獨대사 "군사적 신뢰구축 제1원칙은 검증" ▼

“이제 막 신뢰안보구축조치(CSBMs)를 이행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딘 만큼 남북은 서두르지 말고 상호 신뢰구축과 투명성 증진 및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난해 2월부터 주OSCE 독일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라인하르트 베처이게 대사(55)는 “독일 통일은 72년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뒤 18년간 꾸준히 추진해 온 교류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의 산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은 이미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으로 화해와 협력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고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유럽의 안보협력 경험이 적용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그가 강조하는 신뢰구축의 제1원칙은 ‘군사적 검증’의 강화. “상대방 국가의 정기적인 검증은 물론 부정기적인 검증에 대한 요구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군사적 신뢰구축이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베처이게 대사는 또 “79년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긴장이 고조됐을 때 OSCE가 역내 신뢰구축을 위해 내건 슬로건이 ‘보다 큰 평화, 보다 적은 무기(more peace, fewer weapon)’였다”고 상기시키고 군사력 감축을 통한 상호침략 가능성의 감소도 중요한 평화정착의 요소라고 지적했다.

▼佛대사 "동북아 포괄적 안보협력 추진필요"▼

“대규모 군사작전에 대해 사전통보를 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상시적 대화채널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며 평화정착 이전까지 군사적 검증을 강화하는 등 세 가지 요소가 OSCE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에르베 라드수 주 OSCE 프랑스 상주대사는 “구 소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회원국의 강력한 요구로 부분적이나마 구 소련 영토에 대한 군사적 검증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오늘날 유럽에서의 신뢰안보 구축의 밑거름이 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드수 대사는 “검증을 통해 군사행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대 행동에 대한 오해와 과도한 대응이 줄었다”며 “동북아에서 탄생할 지역안보협력기구도 공동의 위협이 될 만한 군사적 긴장요소에 대해서는 약간의 강제력을 동원하더라도 철저한 검증을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북아는 유럽과 달리 나라마다 인지하는 위협의 원인이나 수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유럽의 안보환경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며 “그러나 이번 서울회의를 계기로 이런 차이점을 극복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OSCE는 정치 군사, 경제 환경, 인권분야 등에 대한 신뢰구축을 단계적으로 해결해 왔지만 동북아에서는 이를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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