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변해야 한다]언론/'정치권 입김' 단호히 배격을

입력 2001-01-06 19:50수정 2009-09-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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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동아일보가 신년특집으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언론의 최우선 과제로 ‘공정 보도’가 압도적(78.3%)으로 많이 나온 것도 독자와 시청자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불신은 언론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실을 왜곡하는 불공정 보도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비전문성 등 때문에 자초한 것이다.

여론조사 응답자들이 언론의 문제점으로 상업주의 및 선정주의(30.2%), 불공정 편파보도(27.6%), 여론반영 미흡(21.6%), 부정부패(10.0%), 전문성 부족(9.6%) 등을 지적한 데서 언론이 변화해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신년특집 2001 변해야 한다
- 변해야 할 한국사회 7대집단 1위 정치인
- 고위관료/대통령 앞이라도 "NO" 말하라
- 재벌총수/'황제경영'으론 세계1등 못해
- 검찰/'시녀服' 벗고 법복을 입어라
- 대통령/'나홀로' 버리고 막힌 귀 열때
- 언론/'정치권 입김' 단호히 배격을

▽공정보도 실현〓선거 때마다 정치권과 언론간에 편파 보도 시비가 일어난다. 1997년 대선때는 중앙일보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측이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고 2000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이 MBC의 편파보도를 문제삼아 한때 MBC기자들의 당사 출입을 저지하기도 했다.

특히 방송은 정치권의 입김에 약하다. 방송법에 따라 방송의 행정과 정책권을 갖고 있어 공정보도 등 방송독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방송위원회 역시 제 역할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위가 국회에서 추천한 이긍규 전 자민련 의원을 최근 상임위원에 선출한 것은 정치권의 요구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한 기자가 관련 회사 기사를 크게 다루거나 특정 정당이나 광고주와 유착된 언론인들의 보도가 불공정 보도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정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언론사 내부의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독자 의견 등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는 “무한 경쟁으로 인해 경영 구조가 날로 취약해지는 언론사들에 광고주 등 외부의 압력이 교묘하게 가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언론학자는 “여야가 대립하는 정치적인 사안이나 이해당사자가 명확한 이슈에 대해 대개 언론들이 어느 한쪽의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양비론(兩非論)으로 흐르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하고 “이 경우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줘야 공정보도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업주의 및 선정주의 지양〓방송의 상업성과 선정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을 걸고 선정성을 추방하겠다”고 말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방송들은 지난해 가수 백지영의 사생활 비디오 사건 등을 다루면서 저널리즘의 정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신문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츠신문들이 자주 게재하는 여성의 반나체 사진이나 전화방 광고 등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스포츠신문을 포장해서 팔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종합일간지도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10대 접대부 사건 등을 원인 진단이나 대안 제시보다는 흥미 위주로 보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정하 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백지영양 사건에서 보듯 언론은 알권리를 빙자해 상업적 선정적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언론은 표현의 자유에 따른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언론학자는 “언론의 선정적인 내용을 막기 위해 각종 제재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제고〓국제통화기금(IMF)관리 체제 때 언론의 비전문성이 도마에 올랐었다. 언론이 전문성 부족으로 위기의 심각성을 간파하지 못한 채 정부 발표 위주의 보도에 치중하는 바람에 외환위기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이나 실업문제 등 최근의 경제 이슈에 대해서도 일관성있는 논조를 유지하지 못한 채 국민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언론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문적인 식견과 장기적인 안목을 갖춰야 기사다운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학자들은 출입처 위주의 취재시스템을 탈피해 여러 분야 담당 기자들의 공동취재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기사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언론인들의 직업윤리를 강화해 취재원과의 유착을 막고 취재 중 얻은 정보를 개인적 이익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동아일보 독자들의 충고 ▼

동아일보 독자서비스센터에는 하루 평균 200여건의 독자 의견이 들어온다. 당일 기사에 대한 문의를 비롯해 의견제시 제언 오류지적 등이다.

동아일보의 변화를 요구하는 독자 의견은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 비전을 담은 건설적인 비판을 바라는 게 많다.

많은 독자들은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은 독자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이 담긴 비판을 하라”고 주문한다.

위종희씨는 ‘공장이 멈춰 선다’(지난해 12월4일자)는 기사에 대해 “서민의 불안을 증폭시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모든 공장이 멈춰 선 게 아니므로 독자 시각의 균형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자의 날카로운 눈은 기사의 잘못된 부분을 집어낸다.

이상호씨는 ‘환경호르몬 농산물 식탁 위협한다’(지난해 12월7일자)에 대해 “문제의 농약은 사용하지 않은 지 20년이나 됐다”며 “이런 보도는 농가에 피해를 주므로 정확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아씨는 명성황후를 민비로 쓴 TV 하이라이트에 대해 “민비는 일본이 명성황후를 비하하기 위해서 붙인 명칭”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신씨는 “4개월 전 사진을 현재 모습인양 설명을 달아놓았다”고 꼬집었다.

물론 기사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 독자는 시론 ‘대통령의 리더십이 문제다’(지난해 12월6일자)에 대해 “사회적 혼란의 원인을 알 수 있고 독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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