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외교에 듣는다]"4자회담 재개 북에 공식제의"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59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올해는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한국 외교에도 많은 질적인 변화가 있었던 한해였다.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최초의 남북 외무장관회담이 열렸고, 유엔에서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남북화해분위기에 편승해 북한이 적극적인 대미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남북 등 3각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관리하기 위한 4강외교는 그만큼 중요해졌고, 외교적 부담도 많았다.

한국외교의 사령탑으로 바쁜 한해를 보낸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을 6일 오후 1시간반 동안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장관은 “정부는 최근 모종의 남북채널을 통해 북측에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의 재개를 공식제의했다”고 밝히고 “현재 개정협상중인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도 미일 SOFA보다 훨씬 유리한 수준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관계진전을 놓고 한미 공조에 균열조짐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한미 공조의 과정과 내용을 소상히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양국은 모든 문제에서 사전 사후에 엄청난 협의를 한다. 무슨 제의를 하더라도 문구 하나까지 전부 합의한다.”

―북한 백남순(白南淳)외무상과 다시 만날 계획은…. 외무장관회담 이후 남북간에 별도로 구축된 핫라인이 있나.

“남북 외무장관회담의 정례화는 논의한 적이 없다. 다만 유엔대표부 채널을 통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의 문서들을 북측에 다 보내줬다.”

―4자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의했나. 북측 반응은….

“김대통령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제안한 직후 별도로 후속조치를 취했다. 구체적으로 누굴 통해 어떻게 했다는 것은 밝히기 어렵다. 북한은 현재 4자회담의 재개를 검토해 보겠다는 선이다.”

―4자회담에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문제가 집중 논의되면 긴장완화문제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전담하게 되나.

“국방장관회담은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한 국방당국간 협의체다. 물론 4자회담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므로 양쪽이 서로 보완하거나 병행될 수 있다. 또 4자회담에서 과거의 틀을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남북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상황에 맞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앞으로 얘기할 것이다. 남북간 통로가 열린 상황에서 개최되는 4자회담은 과거의 그것과 질적으로 같지는 않을 것이다.”

―SOFA 개정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한미정상 등 양국 고위층간에 조기타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미관계의 건전한 발전과 주한미군의 장기적 주둔 여건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무자 한두 사람의 기분에 따라 좌우될 상황이 아니다. 미일SOFA보다 훨씬 유리한 수준으로 개정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환경분야도 미일보다 나을 것이다.”

―최근 중국과의 달라이라마 초청문제와 일본과의 역사교과서 문제 등에서 외교부가 끌려 다닌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중국은 달라이라마를 티베트 분리독립을 위한 망명정부 정치지도자로 본다. 반면 우리 초청자측은 단순한 종교 인권지도자로 본다. 시각차가 크다. 외교부는 국민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면서 외교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일본 역사교과서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정부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일간에 외교적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일본 정부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교과서 집필을 정부가 강요하기 어렵고 다만 설득작업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에 밝혀왔다.”

이장관은 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출국길에 수행한다. 최근 김대통령의 잦은 외국방문에 대해 논란이 많고, 그 저변에는 ‘화려한 외교가 내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장관은 “정상외교를 ‘외유’로 보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지금은 외교현안을 정상들이 직접 논의하는 것이 일반화된 ‘정상외교 시대’이고, 그 외교적 성과는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커다란 무형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정리〓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 약력▼

△전남 영광 출신 63세 △ 서울대 행정학과

△고시 11회 △외무부 1차관보

△인도 러시아 대사 △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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