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진승현 로비의혹’ 공방 치열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06분


MCI대표 진승현(陳承鉉)씨의 금융비리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진씨의 정관계(政官界) 로비 의혹으로 쏠리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3일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을 통해 “성역이나 아래위 없이 (전모를) 밝혀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번 사건마저 제대로 못밝히면 검찰은 끝장”이라며 “야당도 개입됐다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변인은 “진씨에게 사후조치를 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것 아니냐”며 “여권 실세 관련 부분도 이 과정에 정리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검찰이 의도적으로 진씨 검거를 늦췄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진씨가 거물급 변호사들을 대거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도 검찰의 수사 지연과 관련이 있다고 권대변인은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진씨의 정관계 로비 창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MCI코리아 회장 김모씨(55)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씨 비호세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나타냈다.

당내 권력형비리조사특위의 한 의원은 “김씨가 국정원 김은성(金銀星)제2차장과 가까운 사이이고 진씨의 변호사 선임 작업도 주도했는데 검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진씨가 인수한 한스종금에 정보통신부 산업은행 등 6개 기관이 거액을 예치했다가 4500억원을 못받게 됐다”며 “진씨 사건은 정치권 국정원 금감원 등이 난마처럼 얽힌 총체적 부정비리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박병석(朴炳錫)대변인 명의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 또한 실제로는 이렇다 할 로비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9월부터 이 사건에 대해 수사해 사실상 사건의 전모가 다 드러난 상태”라며 “정치권 로비설도 수사해 봤지만 특별한 게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사건만 나면 여권 실세 운운하는데 여권 실세가 동네북이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이 사건과 관련됐다는 소문을 은근히 흘리면서 로비 의혹을 야당 쪽으로 돌렸다.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는 기자들에게 “의혹설이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기자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며 정의원을 겨냥했고 김재일(金在日)부대변인은 3일 성명을 통해 “정의원은 진씨의 로비 여부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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