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회부 예산안 분석]'예산 뻥튀기'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51분


국회가 상임위별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정부제출 예산안보다 크게 증액시켜 통과시키는 등 ‘말따로, 행동따로’ 구태(舊態)를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각 상임위 의결을 거쳐 예결특위에 회부된 예산안 총규모는 정부제출안(101조300억원)보다 오히려 4조5000억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예산부풀리기가 가장 심한 상임위는 건교위로 총 2조2673억원을 늘렸다. 증액 사유도 대부분 도로건설 등 지역구 민원 ‘냄새’가 물씬 나는 사업들이다. 건교위는 지난해에도 상임위 예산심의 때 7088억원의 증액을 요구했으며, 최종적으로 예결특위에서 여야의 나눠먹기 예산심사로 1000여억원의 증액을 관철시킨 바 있다.

보건복지위도 의료보호진료비 부족분 지원 2604억원, 지역건강보험 지원 2604억원 등 7748억원의 예산을 늘렸다. 여기에도 종합사회복지관 요양시설건축비 등 민원성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총 3876억원을 증액시킨 산자위도 충남 전자정보집적화단지 예산 70억원과 부산패션진흥센터건립 타당성 조사용역비 10억원 등 지역구 민원사업을 위한 예산을 끼워넣기로 통과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案 삭감 상임위 3곳뿐▼

1일까지 상임위 심사를 마친 14개 상임위 중 정부제출안보다 예산을 삭감한 상임위는 통일외교통상위와 정무위, 국방위 정도에 불과하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남북협력기금 출연금(정부제출안은 5000억원) 규모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던 통외위의 경우 3500억원으로 수정해 의결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남북협력기금출연금 규모를 1000억원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정보위의 경우엔 당초 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 예산의 10% 삭감을 추진하다가 국정원이 비교적 절약예산을 짰다는 점을 인정함에 따라 예산안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심의기간 짧아 부실우려▼

예결위는 1일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로부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들은 뒤 본격심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폐회되는 9일까지 예결위가 실제로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기간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7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통상적으로 예결위에서 정책질의와 계수조정소위를 거쳐 예산안 심의를 마치는데 최소한 2주일 정도가 걸린다”며 정기국회 후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단축심의를 하면 큰 문제가 없다”며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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