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루머…저기도 루머…與 "음해성" 대책 골몰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9시 31분


한빛은행, 동방금고, 열린금고 사건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 등과 관련한 '악성 루머' 가 시중에 유포되고 있어 여권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루머가 가공된다? =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소문들은 "여권실세 모씨가 모증권을 통한 주식투자로 거액을 만들어 총선 직전에 현금화해갔다" 는 식으로 등장인물과 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등 그럴 듯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소문은 내용을 들으면 사실로 믿을 수 없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포장돼 있다" 며 "여권인사들조차 '혹시' 하며 의심할 정도" 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단순히 자연발생적인 루머같지는 않다" 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매일 루머집이 배포될 정도로 정보전이 치열한 증권가의 속성을 잘 아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음해 루머' 를 만들어 유포시키고 있는 듯하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전국 시 도지부에 매주 '상황보고' 를 하도록 지시했다. 지난주말 첫 상황 보고를 접수한 결과, 예상대로 악성루머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한 실무당직자는 증권가에서 생산된 루머가 1주일이면 전국으로 퍼지는 것같다 며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해 공개해명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 외교문제로까지 비화? =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한 소문은 또다른 차원에서 여권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반민주당 정서가 강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김대통령이 노벨상을 돈주고 받았다" 는 소문이 사실처럼 돌고 있는데, 그 내용이 외국을 걸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소문대로라면 노르웨이의 평화상 심사위원들이 돈을 받았다는 얘기인데, 그것이 가당키나 하겠느냐" 며 "그런데도 소문이 계속 확산되자 노르웨이측이 상당히 불쾌해하는 등 양국간 관계에 이상이 생길 정도" 라고 전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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