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사건 정치권 반응]野 "국회차원 진상조사"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50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치인과 언론인 접촉금지 등을 당했다’는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의 성명서가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21일 그동안 ‘대북특사’로 활동했던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폈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정원의 황씨에 대한 활동제한조치는 황씨가 입을 열면 국민이 대북정책의 비현실성을 잘 알게 돼 대북정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오후에 다시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로 ‘황장엽사건 진상조사특위’ 회의를 열고 이 사건을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중대사태’로 규정했다. 김기배(金杞培)총장은 특위 회의가 끝난 뒤 “국회 차원에서 진상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황씨에 대한 연금은 반헌법적 반인륜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위위원인 강창성(姜昌成)의원은 “국감 때 국정원측이 황씨가 증언을 거부한다고 해 황씨를 직접 면담하고 ‘증언을 거부했느냐’고 묻자 황씨는 고개만 끄덕였는데 눈에 불만이 가득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386출신의 한 초선의원은 “정부가 과잉조치를 취하다가 황씨와 마찰을 빚은 것 같다”며 “현시점에서 이념문제가 돌출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황씨에 대한 활동제한은 적절한 조치로 ‘특수신분’인 황씨는 자중해야 한다”며 정부 입장을 지지했으나 내심 곤혹스러워했다.

임채정(林采正)의원은 “황씨가 북한문제에 있어서 자신만이 결정적인 권위를 가진 것처럼 행동한 부분이 있어 그동안 잡음도 있었으며, 실제로 북에 의한 신변위험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며 “정부의 통일 정책에 지나치게 역행하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성호(金成鎬)의원은 “황씨가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대국적 차원에서 좀더 신중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며 “황씨 문제가 이런 식으로 불거지면 자칫 이념대립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영삼(金泳三)정권시절 망명한 황씨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차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도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반민주적 작태를 드러내는 명백한 증거로 귀국하는 대로 황장엽씨를 만나겠다”고 말했다고 박종웅(朴鍾雄)의원이 전했다. 김 전대통령은 그동안 세차례나 황씨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공종식·전승훈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