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미달 의원 명단 공개" 이만섭의장 발언 파문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2분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이 자질 미달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 유권자들에게 낙선을 권고하겠다고 밝혀 여야 정치권이 진의파악에 나서는 등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의장은 13일자 대전일보 창간 50주년 인터뷰에서 “자질이 부족한 의원 명단을 발표해 ‘이런 사람은 뽑지 말아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할 것”이라며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욕설하는 사람 명단도 공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선거에 임박해서는 안되겠지만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게 중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명단 발표시기까지 언급했다.

이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상스러운 욕설로 의원의 자질시비를 초래한 가운데 나왔다.

그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당찬 꿈 아니겠느냐”는 시큰둥한 반응부터 “실현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옳은 얘기”라는 긍정론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각 당 지도부는 대체로 이의장 발언에 무게를 두지 않으려 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설마 이의장이 그런 말씀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도 “정치인 퇴출은 유권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굳이 낙선과 연계시키지는 않더라도 저질의원 제재방안을 논의할 때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광호(宋光浩)국회윤리특위위원장은 “의원 자질을 국민에 알려야 한다는 이의장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윤리특위에서도 연말에 나름대로 설문조사를 실시, 잘하는 의원에 대해선 표창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의 발언을 두고 논의가 분분하자 이의장은 “국회를 생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의장으로서 잘하는 사람은 격려도 해주고 문제가 되는 발언은 조심하라는 뜻에서 충고도 하겠다는 취지”라며 “꼭 발표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이의장은 인터뷰에서 “돈 안드는 선거를 하려면 대전 충남을 1∼2개 선거구로 통합해 한 선거구에서 20여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로 고쳐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선 “평소 소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