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투자 효율성 없으면 남북관계 위기" -보스워스 美대사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27분


“한국경제 구조조정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국대사(사진)는 7일 작금의 한국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이같이 강하게 경고했다.

보스워스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오늘의 한국경제’란 주제발표를 통해 “99년과 올해초까지는 원유가격이 싸고 반도체가격은 높아 외부환경이 한국에 유리하게 돌아갔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 반대로 변했다”며 “이 시기에 그동안 미뤄왔던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 금융환경과 관련해 “국제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하면서 한국증시도 부담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한국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현 경제상황에 안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보스워스 대사는 이어 “한국정부가 은행 회생을 위해 공적자금을 과도하게 투입, 은행을 국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재벌들은 자산규모를 키워 부채비율을 낮췄기 때문에 실제부채규모는 3년전과 다를바 없다”며 “한국이 자본유치를 위해서는 채권시장이 강화되고 기업정보와 기업자금 사용처가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사태와 관련해 그는 “그동안 지배적이었던‘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지고 한국경제에 일종의 위기(리스크)문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남북경협과 관련 “대북식량지원이나 경의선개통공사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북한경제재건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자원은 남한의 기업과 금융기관으로부터 나오게 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투자를 실시해야 한다.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면 남북관계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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