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국감/정무위]'한빛銀 불법대출' 증인신문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47분


25일 국회 정무위의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증인신문은 내달부터 실시될 국정조사의 ‘예비전’ 성격을 지닌 탓인지 여야간에 시종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국감위원 ‘신문(訊問)자격’ 공방〓발단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운영(李運永)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의 변호인인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의원의 신문자격을 문제삼고 나선 데서 비롯됐다. 국정감사법상 엄의원은 이씨와 이해관계에 있어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

이에 한나라당측이 강하게 반발해 “그렇다면 민주당 박주선(朴柱宣)의원도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지 않았느냐”고 맞불을 놓아 정회가 거듭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서로 “국감을 보이콧할 작정이냐”는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계속됐다.

결국 여야는 간사협의를 통해 한빛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관련 증인을 분리 신문하되 신용보증기금 증인신문에는 엄의원이 불참하기로 하고 1시간40여분 만에 국감을 속개했다.

▽여야의 판이한 신문자세〓여당은 검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불법 대출 사기’와 ‘이운영씨 배후’ 의혹에 증인신문의 초점을 맞춘 반면 야당은 ‘여권 실세 외압’과 ‘검찰 수사 조작’ 의혹에 집중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종태(都鍾泰)전한빛은행검사실장으로부터 ‘올 1월 관악지점을 봐달라는 상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새로운 증언을 받아내는 등 검찰 수사 결과 뒤집기에 주력했다. 또 이수길(李洙吉)한빛은행부행장에게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의 친척으로 은행 내에서 실세보다 높은 ‘특세’로 불렸다는데 사실이냐”고 추궁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부행장과 이촉엽(李燭燁)감사에게 충분한 해명 기회를 주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운영씨 신문과정에서 민주당 김경재(金景梓)의원은 “이씨 발언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고 나무란 뒤 답변기회를 주지 않자 이씨는 “그런 표현은 참을 수 없다”고 항의했고 야당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느냐”고 거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증인들은 검찰수사결과 발표 수준의 답변으로 일관했고 이씨 역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억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정무위 증인신문▼

국회 정무위는 도종태(都鍾泰) 전한빛은행검사실장과 신창섭(申昌燮) 전관악지점장, 이운영(李運永) 전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 등을 상대로 불법대출 과정과 보증외압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다음은 증인신문 내용.

▽불법대출 상부압력 의혹

―관악지점을 잘 봐달라는 이촉엽(李燭燁)감사의 부탁을 받았나.

(도전실장) “1월19일 이감사가 ‘이수길(李洙吉)부행장 전화인데 관악지점에 나간 검사역이 꼬치꼬치 캐묻고 하는데 문제삼지 말라고 하니 알아서 조치하시오’라고 지시했다. 20일엔 신전지점장이 찾아와 ‘윗선에서 얘기를 듣지 않았느냐’고 묻더라.”

―검찰조사에서 얘기하지 않았나.

“처음 검찰조사에선 사실을 안 밝혔다. 그러나 9월말 2차 소환조사에서 내가 신전지점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구속영장이 신청돼 밝히게 됐다.”

―이감사 등과 대질신문을 하지 않았나.

“대질신문에서 이감사는 사실 자체를 부정했고 이부행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 시인하는 듯했다. 신전지점장이 박현룡씨에게 ‘광화문 사무실’에 가도록 했고 거기서 이부행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있다는 얘기를 검찰로부터 들었다.”

―도전실장 말이 맞는가.

(이감사)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는 검찰에서도 입증됐다.”

(이부행장) “어이가 없다. 대질신문 때와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아크월드 대출과 관련해 행장이나 부행장 전화를 받았나.

(신전지점장) “1월18일 부행장 전화를 받았다. 7, 8월이면 상환이 가능하니 아크월드를 도와달라고 했다.”

―도전실장은 돈은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세차례에 걸쳐 600만원 가량을 분명히 줬다.”

▽대출보증 외압의혹

―박지원(朴智元) 전문화관광부장관 목소리 외에 외압을 증명할 증거가 있는가.

(이운영씨) “대질신문에서 목소리를 더 분명히 확인했다. 틀림없다.”

―박전장관과의 대질시간은….

“나는 보통 9∼10시간씩 조사받았고 누계를 내보니 134시간에 달했는데 박전장관과의 대질은 40분밖에 안됐다.”

―검찰에서 ‘자료를 백두대간에 숨겨뒀다’고 했나.

“그런 말 한 적 없다. 신문에서 봤는데 나도 ‘명언’이라고 했다. 안전한 곳에 나눠서 숨겨뒀다고 했다.”

―구속 전에 ‘민주금융인’이라는 현수막이 있던데….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왜 그동안 도망 다녔나.

“권력실세에게 걸리면 죽는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뇌물수수는…. “받은 게 없다. 황당하고 기가 막힌다. 조작한 것이다.” ―국사모 회원인 송영인씨와 접촉했나. “손선배는 개인적으로 형제같이 지내온 사람이다. 그러나 국사모라는 이름은 몰랐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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