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명록 방미 뒷얘기]김정일친서 두손으로 전달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던 조명록(趙明祿)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보내는 친서를 먼저 정중한 예를 갖춰 전달하고 대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미 고위급 회담에 정통한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에 따르면 조 부위원장은 10일 오전 백악관 집무실로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할 때 준비해 온 가죽서류철에서 한글 원본과 영문 번역본으로 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들고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이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두 통의 친서 중 영문 번역본을 그 자리에서 읽은 뒤 조 부위원장에게 친서에 관해 감사한다고 답례했다.

조 부위원장은 클린턴 대통령과 45분간 회담했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는 2차례에 걸쳐 1시간반,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는 1시간 동안 회담하는 등 9일부터 12일까지 3박4일간의 워싱턴 방문기간 중 미국측과 모두 3시간 15분동안 공식 회담했다.

조 부위원장을 수행한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과 10일 오후 4시간 동안 회담하는 등 북―미 양국 실무자들도 장시간 동안 집중적인 협의를 계속했다. 강 부상과 셔먼 조정관은 11일 공동성명 문안을 논의하는 실무회담에는 참석하지 않고 진행경과에 대해 보고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10일 저녁 국무부 벤 프랭클린 룸에서 열린 환영 만찬 때 미국음식뿐만 아니라 김치 등 한국음식을 준비했으며 특히 미 육군 군악대 합주단은 ‘아리랑’과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연주하는 등 세심히 배려, 조 부위원장이 무척 감동했다고 국무부 관리는 전했다.

미국측은 이번 북―미 회담이 “전례없이 순조롭고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측 공동성명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가능한 방문(possible visit)’이라고 돼 있으나 북한측 성명에는 ‘가능한’이라는 표현 없이 단정적으로 방미가 언급돼 있는 등 양측의 공동성명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번역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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