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小委 첫 공개하던날]"門열리니 심의 충실해져"

  • 입력 2000년 10월 12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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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심사 때마다 문을 굳게 닫았던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가 12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밀실회의로 ‘나눠먹기식’ 예산배정을 한다는 비판을 들어온 계수조정소위가 공개된 것은 올 2월 국회법 개정에 따른 조치이다.

▽‘점잖아진’ 의원들〓오전 11시경 사무처 직원이 ‘현재 기자 4명이 들어와 있음’이 적힌 쪽지 한 장을 의원들에게 돌렸다. 이 때문인지 회의에서는 평소와 달리 ‘진지한 발언’들이 많았다.

의원들은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 등 출석 장관들을 상대로 예산 선(先)집행, 지방재정 낭비실태, 추경안 필요성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들을 계속 던졌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의원은 정부측이 추경안 내용을 설명할 때마다 ‘허점’을 짚어 장관들을 쩔쩔매게 했으며,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은 수치까지 들어가며 문제점을 짚었다. 장재식(張在植·민주당)위원장도 구의원들의 외유와 호화스러운 지방자치단체 청사 신축을 예로 들며 지방정부의 예산지출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

▽“70만명이 지켜보고 있습니다”〓소위가 공개되고 속기록에 남으면서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 속출했다.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은 야당의원들이 전역을 앞둔 군장병의 PC교육 예산에 대한 절차상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자 “장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컴퓨터교육이다. 70만 장병이 국회 심의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또 의원들의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심의시간이 예상보다 두배 이상 많이 걸리는 바람에 장재식위원장은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 개의시간 연기를 의장실에 요청.

▽소위공개에 대한 평가〓바람직하다는 평이 주류였다. 민주당 정세균(丁世均)의원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에 비해 소위 심사가 상당히 충실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의원은 “바람직하긴 한데 공개가 되니까 타협이 필요한 부분에서 ‘용기 있는 양보’가 나오지 않는다”고 우려. 한편 예결위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예산안 내용을 최종 결정하는 ‘종합조정’ 과정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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