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회담]승용차-군용기서 '릴레이 회담'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56분


26일 오후 국방장관회담을 끝내고 숙소인 제주 롯데호텔을 떠나는 남북 대표단의 표정은 밝았다. 반세기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딛고 화해와 협력의 첫발을 떼었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부장 등 북측 대표단이 서울을 떠나는 순간까지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 등 남측 대표단과의 ‘1대1 동승 회담’이 이어졌다.

조장관과 김부장은 이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제주공항까지 서해안도로를 따라 가며 75분간 ‘차량 회담’을 했고, 서울로 가는 군용기에서도 ‘회담’을 계속. 두 사람은 청와대도 함께 갔다. 그리고 오후 6시10분경 경복궁 근처 주차장에서 아쉬운 작별의 악수를 나눴다.

○…5개항의 공동보도문은 25일 밤 양측 실무진이 한 방에 모여 몇 시간 동안 협의 끝에 완성.

이들은 이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정세 등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이 관계자는 “북측 인사들도 남측 대표단의 귀가 의심스러울 만큼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며 “양측 모두가 ‘한꺼번에 큰 집을 지으려 하지 말고 벽돌 한 장씩이라도 꾸준히 쌓아나가자’는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 13명은 2박3일간 절제된 군인의 모습을 보였다고 호텔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 13명은 거의 예외없이 오전 6시경 일어나 7시까지 군복을 차려 입고 머리손질까지 마친 뒤 아침식사를 했다는 것.

또 호텔측이 제공한 ‘허벅주’나 위스키 등 독한 술은 마시지 않고 음료수만 주로 마셨으며 숙소를 떠날 때는 방에 종이 쪽지 한 장 남기지 않는 철저한 보안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호텔측이 방문기념으로 선물한 21년산 스카치 블루 양주와 과주류 도자기 등은 기꺼이 받았다고.

○…26일 두번째 회담에 앞서 조장관이 제주 관광 소감을 묻자 김부장은 “시간이 있었으면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 백록담을 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

김부장이 “앞으로 기회가 있겠지요”라며 미련을 못버리자 조장관은 “다음에 오실 때는 정상까지 모시겠다”며 제주 재방문을 제의.

<제주〓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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