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회 "한국, 구조조정 시간 많지 않다"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41분


24일 오후 7시(현지 시각) 프라하 중심부 콩그레스센터 2층 홀. 제55차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 총회 참가자들을 위한 리셉션이 열렸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자리. 몇몇 IMF 스태프와 금융기관 전문가들에게 “요즘의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체적인 반응은 “한국이 유가상승과 주가폭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재발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성과를 치켜세우면서도 “구조조정을 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경고 메시지를 빠뜨리지 않았다.

IMF 중견간부로 외환위기 때 한국을 방문했던 로버트 브라우닝은 “한국 경제는 지난 2년간 고속 성장을 지속했지만 구조조정을 좀더 서둘러야 외국인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엄중하게’ 충고했다.

체코 출신인 이리 요나스는 “한국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한국관련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면서 “장기적 전망은 나쁘지 않은 만큼 지금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미국계 금융기관 간부도 대화에 끼어 들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약속대로 구조조정을 올해말 안에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작년에도 구조조정을 일찍 끝내겠다고 강조했지만 상황은 그대로이지 않느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총회 때는 각국 대표들이 한국의 빠른 경제회복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칭찬은 1년 만에 ‘자만하지 말라’는 냉정한 충고로 바뀌고 있었다. 남북한 관계 개선에 대해 국제사회의 축하가 쏟아지는 사이에 한국경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프라하〓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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