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장관 사퇴/여야 입장]與 '고육책' 약효 미지수

  • 입력 2000년 9월 20일 19시 07분


박지원장관 사퇴회견
박지원장관 사퇴회견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이 20일 자진 사퇴했으나 경색정국이 풀리리라고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나라당은 예정대로 21일 부산역 집회를 강행하고 박 전장관의 구속 수사와 특별검사제 실시를 계속 요구할 태세다. 강경 기조에 전혀 변화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박 전장관의 사퇴로 여야가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팽팽하게 대치했던 여야가 일단 예봉을 접고 상대를 다시 볼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감 같은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박전장관 사퇴 직후인 20일 오후 고위 당정회의를 열어 의약분업 보완대책을 내놓는 등 정국수습을 위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여권은 박전장관 사퇴로 보다 홀가분한 입장에서 대야 ‘설득’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장외투쟁을 계속하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그런 판단의 배경이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가 이날 박전장관 사퇴와 관련해 “여당은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의해 정정당당하게 정국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한 당직자는 “야당의 대여 공세가 한풀 꺾여 여권 전체적으로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 있게 됐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박전장관이 사퇴했다고 해서 대여공세의 고삐를 늦출 것 같지는 않다. 박전장관의 사퇴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고 본격적인 공세는 이제부터라는 분위기가 한나라당 내에 강하다.

또한 자민련이 이날 당무회의에서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와 의약분업 백지화를 요구키로 당론을 확정하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가고 있는 것도 여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결국 정국 정상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국회 복귀를 요구하는 온건론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특검제 주장을 쉽게 철회할지는 의문이다. 한빛은행사건 말고도 의약분업사태 경제상황악화 등 야당의 입장에서는 투쟁의 ‘호재’가 될 사안들이 널려 있다.

일단 한빛은행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정국 향배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의 재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서대표가 “한달 이내에 국회 정상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시간을 길게 잡은 것도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