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순-임동원회담]"국정원장이 할 일인가"비판 여론

입력 2000-09-14 18:46수정 2009-09-2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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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金容淳)노동당비서의 남한 방문 기간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이 줄곧 김비서의 상대역을 맡은 데 대해 ‘국정원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활동이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4일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임원장의 활동은 국정원장의 직무와 걸맞지 않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가기관의 권능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대외 첩보 또는 대공 수사기관인데 그 최고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대북(對北) 접촉 업무를 담당하는 게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어떠한 돌발위협으로부터도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물밑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것이 국정원 책임자의 임무이니 임원장은 국정원장 역할에 충실하든지, 아니면 직을 내놓고 대북 특사역할에 전념하든지 양자 택일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임원장의 역할의 성격보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자세에 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과거 중앙정보부장이나 안기부장 등이 대북 밀사 역을 맡은 전례는 있지만, 이들은 모두 막후에서 움직였지 임원장처럼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놓고 활동하지는 않았다는 것.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의원은 “임원장이 대화와 대결이라는 남북관계의 이중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국민에게도 혼란을 준다. 마치 경찰총수가 범죄자를 만나 악수하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임원장에게 대통령특보 자격을 부여해 법적 문제점을 피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정보수집과 대테러 업무 등이 주임무인 국정원 수장으로서 고유 업무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같은 견해가 많았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교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지만 경우에 맞지 않는다”면서 “임원장이 대통령의 철저한 신임을 받고 있고, 전문성도 갖춰 특사로서 적절한 인물이나 국정원장으로서 대북 특사 역을 겸하고 있는 것은 기형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교수는 이어 “내년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전후해 남북관계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임원장이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치적 임명직인 국정원장은 대통령의 의도에 따라 특수 상황에서 특보역할까지 겸할 수 있다”면서 “남북관계 업무의 성격상 보안 유지가 가능한 국정원장이 남북관계를 주도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외국 정보기관장들의 접촉사례?▼

미국의 CIA와 구 소련의 KGB,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 각국 정보기관의 경우 그 수장이 공개적으로 상대 국가나 특히 적성 국가의 대표와 공개적으로 협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요한 정보를 지원하거나 협상이 잘 안될 경우 양측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은 하지만 정보 기관의 장이 호텔과 같은 노출된 장소에서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관한 주요 현안을 놓고 협상하는 경우란 찾아보기 힘들다.

70년대 CIA 국장이었던 윌리엄 콜비가 구 소련의 키르피첸코 해외공작담당 총국장과 여러 차례 물밑 접촉을 가짐으로써 미소(美蘇) 데탕트에 기여했던 것은 그 예다. 콜비의 활약은 그가 은퇴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공개됐다.

한국도 70년대 이후락(李厚洛)중앙정보부장이나 80년대 서동권(徐東權)안기부장 박철언(朴哲彦)안기부장특보 등이 북한을 빈번히 오가며 대통령 특사 역할을 했지만 대개 비공개적으로 움직였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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