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인제 파장']'불가론' 세력싸움 양상으로

  • 입력 2000년 8월 24일 19시 10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이 최근 후보자 합동연설회를 통해 “영남 일부에서 유포되고 있는 ‘이인제 불가론’은 한나라당의 음모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인제 불가론’과 관련한 ‘한나라당 음모론’을 거론하고 나서 정치권에 논의가 분분하다.

한나라당은 24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자기의 소견이나 밝히면 되지 왜 한나라당을 들먹이느냐”(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고 불쾌해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그러나 “97년 대선 때 이인제후보가 출마해 당시 여당표를 분산시키는 바람에 (영남 사람들이 미워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식의 논리가 영남지역에 유포되고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최근 선거에서의 정당별 득표율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97년 12월 대선에서 국민신당 이인제후보는 전국적으로 18.91%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영남 지역에서는 24.64%를 득표했다. 당시 국민회의 소속 김대중후보의 영남지역 득표율은 13.23%에 불과했다.

그러나 2년4개월만에 치러진 4·13총선에서 김대중총재와 이인제선거대책위원장 체제의 민주당은 영남권에서 13.06%밖에 득표를 하지 못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의 합당을 계승한 만큼 4·13총선에서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이인제후보의 득표율 합계만큼은 안돼도 김대중후보의 득표율보다는 1%라도 지지율을 늘리기를 원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가 전적으로 영남지역에 유포되고 있는 ‘이인제 불가론’으로 인해 빚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反)DJ정서’의 심화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남권의 ‘이인제 정서’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총선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인제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당내의 김근태(金槿泰)의원과 노무현(盧武鉉)전의원 진영에서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이 당을 대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논리로 ‘구여권 출신’인 이고문에 대해 한나라당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거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고문 본인은 ‘이인제 불가론’은 어디까지나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호언하고 있다. 그는 23일 청주 연설회에서 “야당이 아무리 불가론 음모를 퍼뜨려도 나는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맞붙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말했다.

민주당 이훈평(李訓平)의원 등 동교동 주류 일각에서도 “결국 차기 대선은 ‘영남 대 비영남’ 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선 이고문 외에 별다른 대안 후보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회창총재와 이인제고문이 맞붙으면 이고문에게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지원발언’을 하고 있다.

또 민주당의 일부 충청권 의원은 “설혹 본선(대통령선거)에서 지더라도 이고문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무조건적 지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당내 영남출신 인사들은 이고문에 대해 강한 회의를 가지고 있다.

어느 입장에 서있든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인물군이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본선 후보를 정하고 이 과정에서 당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하는 ‘정교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데 당내에 별 이론이 없다. 이고문도 그러한 인물군 중 하나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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