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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17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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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방문단이나 이들을 맞은 양측의 가족 모두가 짧은 상봉을 마치고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하면서 심한 심리적 아픔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제 그 후유증과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 상봉자 개인들뿐만 아니라 모두의 과제로 남았다.
50년 만에 생사도 몰랐던 북의 동생 김희영씨(72)를 만난 김옥동씨(80·여·서울 서대문구)는 17일 오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이별을 앞두고 애써 감정을 억누르려는듯 여러 차례 한숨부터 내쉬었고 이내 눈가가 그렁그렁해졌다.
이날 오전 북측 방문단의 김영호씨(72)는 워커힐호텔에서 남측 가족과의 마지막 개별면담 자리에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마지막이란 말은 쓰지도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 말은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는 말과 다름없다.
북측의 형님 이종필씨(69)를 만난 남측의 이종덕씨(64)는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면서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아버지 묘소에 성묘라도 같이 갔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고 북측의 여성박사인 김옥배씨(62)는 “어머니 품에서 하룻밤이라도 잠들고 싶어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고 이별의 애타는 심경을 드러냈다.
짧은 만남과 속절없는 이별은 이산가족들, 특히 노인들에게 정신적으로는 물론 신체적으로도 이겨내기 어려운 충격을 남기고 있다.
만남 이후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85년 이산가족들과 짧은 만남을 가졌던 인사들에 따르면 대부분 헤어진 뒤의 긴 시간이 더욱 고통스럽고 힘들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번 상봉과 재이별도 적지않은 사회적 파장을 남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물론 일차적으로 가족 등 주변의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론 남북관계의 개선이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머지 않은 시기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만이 이산가족들이 느끼는 극심한 상실감을 치유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한덕웅(韓德雄·사회심리학)교수는 “이산가족의 우울증세는 헤어진 뒤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는 절망감에서 오는 결과”라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진전되면 재상봉의 기대감 때문에 그런 후유증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이정은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