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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16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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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창섭(62)씨와 경숙(54)씨를 만나러 올라왔는데 뜻하지 않게 여동생 영숙(41)씨를 만나게 됐다.
이재경(80·경기 부천시 원미구)씨와 상환식(74·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씨는 그보다 더한 축복을 느꼈다. 죽은 줄 알았던 가족들이 '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죽은 줄 알았는데 동생 종경이, 원순이 다 살아있구나. 이제 됐다 됐어."
이재경씨는 딸 경애(52)씨만의 생존을 확인한 채 북측에 갔는데 생사확인이 안됐던 동생과 조카 등 일곱 가족이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에 어린아이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황해도 연백군이 고향인 재경씨는 딸 경애씨의 손을 잡고 "서울에 있는 네 에미는 다른 가족들이 다 죽었다는 통보를 받고 몸져눕기까지 했다"며 "왜 다들 죽었다고 알려줬는지 모르겠다"고 원망 섞인 말을 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경기도 개풍군이 고향인 상환식씨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 복식(60)씨를 "이렇게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지난번 북쪽으로부터처와 딸, 둘째 동생 복식씨 등은 모두 죽고 막내 훈식(56)씨만이 생존해 있다고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상씨는 어릴 때 눈가에 난 종기를 무턱대고 짜다가 덧난 동생의 상처를 직접 어루만져 보고는 "맞다 맞아. 네가 분명히 내 동생 복식이가 맞구나"라며 "이게 정녕꿈이냐 생시냐. 어디 한번 안아보자"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러나 5형제 중 맏이로 6·25전쟁 당시 아버지와 두 동생을 폭격으로 잃고 처와 딸만을 북한에 남겨두고 혼자 월남했던 상씨는 동생들로부터 처와 딸도 피난 중에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그 자리에 그만 풀썩 쓰러져 안내원들로부터 긴급히 우황청심환을 받아먹기도 했다.
그 동안 막노동 등으로 어렵게 살아온 상씨는 여의치 않은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문을 위해 카메라, 시계, 넥타이, 우황청심환 등 나름대로 정성스럽게준비한 선물들을 동생들 손에 꼭 쥐어주었다.
[평양=공동취재단]